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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 (통과의례 - 1)
level.6 지오니
  • 2016-01-04 19:32:27
  • 조회수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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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동안, 천사와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느낌 턱이 없었다. 수 분을 노려보았을까, 천사는 신경질적으로 날개를 퍼덕였다. 거기에 짜증이 일어났지만, 그 짜증을 꾸욱 참고 눈을 감았다. 

 

 "당신 따위는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마찬가지군."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기에 그들은 아무런 대화조차 없는 적막한 공간이 맴돌았다. 그렇게 수 시간이 흐르자, 푸르스름한 포탈이 생겼다. 나는 그것이 통과의례로 가는 포탈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천사는 포탈로 가는 그를 노려보았다. 

 

 "무기는 내가 알아서 챙겨가도록 하지." 

 

 포탈 옆에 생긴 무기들을 보고, 그것들을 챙겨 나갔다. 

 

 그가 포탈로 사라지자, 천사는 문득 지쳐 주저앉았다. 그녀의 날개는 외로이 그녀를 감쌌다. 

 

 "대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죠!" 

 

 천사는 울음을 터트리며 소리쳤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녀는 손을 움직여, 다른 천사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다른 천사와 연결은 불가능했다.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진 나룻배처럼, 그녀는 혼자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원망스러웠다. 제로 코드의 일방적인 행위로, 가장 악독하고, 증오했던 사용자의 도우미가 되었다는 사실에 그저 허망한 웃음을 지었을 뿐이다. 

 

 

● 

 

 

 고한솔이 포탈을 통과했을 때, 그곳은 울창한 밀림의 숲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어떠한 사람도 없었다. 고한솔은 예전 자신이 통과의례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했다. 항상 통과의례를 시작했을 무렵, 자신은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하였다. 그 뒤를 이어 많은 사람이, 이곳에 도착하여 일행을 꾸리게 되지만 자신은 항상 혼자 다녔을 뿐이다. 

 

 그 사실을 상기하고는 고한솔은, 지체없이 그곳을 벗어났다. 포탈에서는 자신의 뒤를 이어, 누군가 오는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한솔은 주위 한적한 곳에 숨었다. 당장 그곳을 떠나기에는 위치가 좋지 않았고, 더군다나 만일 자신에게 해가 되는 자들이 그곳에 있다면 후한이 없게 깔끔하게 처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긴 또 어디야!" 

 

 한 명의 사내가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포탈에서 나왔다. 그는 매우 험상궂게 인상을 찡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 그 어떠한 사람도 없자, 이곳에 자신이 제일 먼저 도착했음을 알았을까, 그는 근처 나무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고한솔은 근처 수풀에 숨어, 그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의 팔뚝에는 아주 멋들어진 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얼굴에는 무언가 흉기로 인한 상처들이 만연했다. 아마 조폭이라던가, 혹은 범죄적인 일에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은 손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분이 지나자, 포탈은 기묘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억!" 

 

 "우웩!"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일까, 그들은 포탈에서 나오자마자,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처음 나온 사내는 아주 고까운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쯧쯧! 젊은 것들이 벌써부터 지랄이여."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헛구역질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는 등을 두드려주었다. 사람들은 속이 진정되자,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이런 것 가지고, 고맙다는 말을 받을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사내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 쳤다. 겉보기에는 아주 흉악한 범죄자 같았지만, 아주 순박하게 대처하는 그의 모습에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사람들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이었지만, 무언가 도움을 받은 처지에서는 자기소개라도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어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흠흠, 전 차승현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넷입니다." 

 

 "전 유현아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 둘이구요."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자 사내도 차분히 자신을 소개하였다. 

 

 "난 김형만이라고 하네. 나이는 얼굴만 봐도 삽십대인건 알겠지? 뭐, 생긴 건 이렇게 생겼지만, 범죄 같은 건 한 번도 저지르지 않았으니 안심을 해." 

 

 김형만은 자신을 쳐다보는 둘을 보며 차분차분히 얘기했다. 그 모습에, 두 명은 김형만의 우락부락하게 생긴 얼굴 탓에 생긴 긴장을 풀고 그제야 안심을 했다. 말을 험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의 본질적인 심성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셋은 옹기종기 모여 현 상황에 관해 토론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요?" 

 

 "천사들로부터 통과의례라고 듣기는 했지만, 도통 어떻게 생긴 지역인지는 알 수는 없군요." 

 

 차승현은 이곳의 나무들은 흔히 한반도나 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라, 울창한 열대우림 기후에 속하는 나무들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둘은 여기가 혹시나 자신들이 꿈에서 덜 깬 건가, 혹은 미지의 조직에 납치를 당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신들이 생생하게 본 천사의 존재로 인해 그것은 사실이 아니란 건 명백했다. 

 

 "어, 여긴 대체 어디야!" 

 

 포탈에서는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여인이 나왔다. 여인의 눈매는, 화가 난 듯이 치켜세워져 있었고, 당장에라도 화를 터트릴 듯이 씩씩거렸다. 

 

 "이 닭 같은 새끼들이 대체 날 어디로 보낸 거야!" 

 

 여인은 분노에 차 근처 나무를 걷어찼다. 하지만 이내 발에서 얼얼한 고통이 느껴진 건지 그녀의 눈에선 살짝 눈물이 맺혔다. 눈물을 보이기는 쪽팔렸는지, 여인은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당신들은 또 누구야?! 날 납치한 사람들이야!" 

 

 "아니, 이 미친년이!" 

 

 김형만은 다짜고짜 자신에게 화풀이하는 그녀의 모습에,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뭐, 미친년? 말 다했어?!" 

 

 여인은 흥분한 표정으로 김형만에게 다가갔다. 그 여인은, 여자치고는 매우 큰 키였지만, 김형만의 체구는 건장한 성인 남성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해 있어서 여인은 그를 올려다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말 다했다. 어디 나이도 어린 게 다짜고짜 손윗사람한테 욕질이냐! 너 나 알아? 날 알지도 못하는 게 초면에 반말질이야!" 

 

 그 말에 여인은 대꾸하지 않았다.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기분을 그저 남들에게 화풀이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여인이 손을 올리자, 김형만은 여인의 손을 낚아채어 바로 패대기 쳐버렸다. 

 

 "아아아악! 나 죽네." 

 

 "형만 형, 진정하세요." 

 

 "형만 씨, 진정하세요." 

 

 둘은 흥분한 김형만을 진정시켰다. 한 번 더 여인을 패대기치려고 했지만, 둘의 제지에 흥분을 가라 앉히고 김형만은 여인을 쏘아보았다. 그 모습에 여인은 찔끔 쫄았다. 

 

 "너, 다시 이런 나대다가는 이번엔 단단히 혼쭐 내줄 테니, 조용히 하고 있어." 

 

 "흥! 누가 겁먹을 줄 알고." 

 

 여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슬쩍 김형만이 손을 들어 올리자, 기겁하며 그의 손을 피했다. 그 모습에, 김형만은 피식 웃고는 자리에 돌아갔다. 차승현과 유현아는 둘의 싸움에 그저 발만 동동거릴 수밖에 없었다. 

 

 '웃기는 짓이군.' 

 

 한편, 이 상황을 지켜 보고 있는 고한솔은 우스울 따름이었다. 

 

 대충 시간을 보았을 때, 두세 시간 뒤면 포탈은 닫히게 될 것이다. 포탈이 닫히면 아마 몇 분 후, 자신의 기억 상으로는 데드맨들이 습격해 올 것이다. 데드맨은 아주 쉽고, 간단한 괴물이었고, 이곳 예비 사용자 중에서 잠재력이 있는 자들은 몇 마리 때려잡는 것도 일도 아니었다. 단지, 얼마나 데드맨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 관건이지, 능력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유현아…. 

 

 자신은 그 말을 들었을 때, 놀랐다. 

 

 주하영과 더불어 자신을 아주 끈질기게 괴롭혀 온 사용자들의 수장 중 하나, 비록 지금 예비 사용자이지만 후일 적이 될지도 모르는 유현아와 그의 오른팔인 차승현을 보자 살심이 치솟았다. 

 

 "……?" 

 

 "거기에 무언가 있나요?" 

 

 문득 차승현은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걸까, 차승현은 땅바닥에 놓인 돌을 들어 고한솔이 있는 방향으로 던졌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착각했나 봅니다." 

 

 "아마 낯선 환경 때문에 긴장을 해서 그런 걸 거에요. 그럴 땐 이렇게 어깨를 꾹꾹 눌러주면 긴장이 풀리는데…." 

 

 유현아는 그런 차승현의 모습에,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조물딱조물딱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그 순진한 모습에, 차승현은 그저 얼굴을 붉혔다. 천생 여자와 마주한 적이 없는, 남중, 남고, 공대, 군대 트리를 타다 보니, 그에게 있어 여자란, 환상의 생물과도 같았다. 그런 환상의 생물이 자신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니, 차승현은 그 모습에 감격했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염병할…, 젊은 애들이 여기까지 와서 연애질이여." 

 

 질투가 난 김형만은 그 둘이 다 들으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둘의 귀에도 들어간 것일까, 둘은 그 사실을 깨닫고 서로 거리를 벌렸다. 서로 얼굴은 작게 붉어져 있었다. 

 

 차승현이 유현아의 어깨 마사지를 받는 사이, 고한솔은 정확하게 자신이 있었던 방향으로 돌을 날리는 차승현의 몸짓에 긴장했다. 그의 정확한 손짓에 고한솔은 아무리 예비 사용자일지라도, 방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를 얼마나 은밀하고 정확하게 죽일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다. 데드맨에 습격을 받는 사이, 몰래 암기를 던져 저들의 목숨을 끊어? 아니면 아예 대놓고 그들을 하나둘씩 처리할까? 그러한 고민을 하던 찰나 의구심이 생겼다. 

 

 '……왜지.' 

 

 문득 고한솔은 왜 자신이 그들을 죽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분명 전에 자신을 끈질기게 싸워온 사용자들의 핵심 멤버들 중의 하나이다 지금 부랑자도 아닐뿐더러, 저들 또한 아직 사용자는커녕, 오늘내일 살기도 힘들어 보이는 예비 사용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어 문득 고한솔은 그들을 죽이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한편, 포탈은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꺼지지 직전의 촛불과도 같은 느낌일까, 당장에라도 포탈을 꺼질 듯이 약한 빛을 내었다. 

 

 포탈이 꺼지기 직전, 한 사람이 포탈에서 나왔다. 

 

 그곳엔 20대 중반의 청년이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어지럼증에 바닥에 눕고 싶었지만,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많이 힘들꺼야, 그냥 근처에 앉아있는 게 좋을꺼다." 

 

 "…아, 네. 감사합니다." 

 

 청년은 간신히 김형만의 도움을 받아 근처 나무 기둥에 앉았다. 그의 속은 당장에라도 토하고 싶었지만, 먹은 것이 없는 그의 속을 보았을 때, 쓴 위액만이 그의 목구멍을 타고 오르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청년이 속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김형만은 나서서 공터에 앉은 사람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난 김형만이라고 하네, 저기 저쪽에 앉아있는 남자는 차승현이라고 하고." 

 

 "반갑습니다." 

 

 "그리고 저기 사슴 눈망울을 한 아가씨는 유현아라고 하네." 

 

 "반가워요." 

 

 유현아는 그의 소개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청년은 그 모습에 헤벌쭉하며 웃었다. 

 

 "그리고 저쪽에 꼴사납게 있는 여자는…." 

 

 "…한승아요." 

 

 불만 가득한 입으로 한승아는 대답했다. 

 

 "전 조주현이라고 합니다." 

 

 "그래, 아무튼 여기가 어딘진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잘 지내보세." 

 

 김형만은 솥뚜껑만 한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조주현 또한 김형만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어 악수했다. 

 

 <그르르르르> 

 

 "자네, 혹시 무슨 소리 안 들었나?" 

 

 "……저도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한솔은 근처에 데드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득 몸을 피해 숨기려고 하던 찰나, 데드맨 무리가 김형만 일행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그 수는 족히 수십에 달하는 숫자였다. 처음 데드맨을 만나는 사람들이면 필시 목숨을 잃을 듯한 숫자였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겠지.' 

 

 고한솔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를 피했다. 

 

 '당신은….' 

 

 문득 고한솔의 머릿속에는, 유현아가 죽기 전에 말했던 음성이 떠올랐다. 

 

 '슬퍼하지 말아 주세요. 제 부탁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슬픈 목소리를 떠올리자 데드맨 무리에게 도망을 치려던 걸음을 멈추었다. 

 

 "빌어먹을…." 

 

 고한솔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 소리에, 데드맨들의 일부의 시선이 이쪽으로 돌려졌다. 하지면 여전히 많은 데드맨들이 김형만 일행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고한솔은 나무를 쳐 소리를 냈다. 그러자 데드맨 무리는 전원 고한솔을 바라보았다. 

 

 "자, 빌어먹게도 한번 싸워보자!" 

 

 <그워워워워!> 

 

 데드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고한솔을 향해 달려들었다. 고한솔은 자신의 검을 들어 데드맨 무리를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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