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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코드 공모전] 메타 메모라이즈 - 김수현
level.3 Nver
  • 2016-03-06 03:16:48
  • 조회수 2842
  • 추천 3
  • 댓글 2

메타 메모라이즈.


 


김수현은 언제부터인가 스스로의 삶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로코드를 얻고 난 이후부터 느껴지는 막연한 허망감이 문제였다. 어딘가 잘못된 것일까?
 
그건, 아니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힘은 온몸에 희열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군대 전역과 동시에 불려온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형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지난 10 년의 세월을 번복하겠다는 결정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만일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침대였다. 라는 바보 같은 상상이 현실이라면. 자신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마도 정신이 나가버려 흡사 광인에 가깝게 웃지는 않을까. 세수를 하고는 부모님을 껴안고 '정말로 무서운 꿈을 꿨어요.' 하고 중얼거려야 하는 걸까.


그거 정말 웃기는 군.


김수현은 잠시나마 이런 어이없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시덥지 않게 여겼다. 다른 사람들이 믿지 못할지라도 지난 회차들의 생생한 기억들이 온몸을 타고 흐름에, 거짓이라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손에 쥔 제로코드를 내려다보고 제단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


사랑하는 여인들과 정을 나누면서, 바보 같은 생각을 잊고 어서 현대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 만이 차올랐다.


 


[정말로 진실을 알고 싶은 가. 사용자 김수현?]


 


제단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목소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진실? 내가 모르는 진실이 있다해도 지금 알아서 뭐해."



[물론 네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그러나 나는 네가 다음 번에 찾아와도 다시 이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겠다. 결정은 네 몫이다 사용자 김수현.]


 


대체 무슨 속셈이지 제로코드?


제로코드의 말은 장난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지했다. 물론 사람이 아닌 이상 감정이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제로코드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쳐봐야 얻을 이익도 없을 뿐더러 제로코드에게 명령을 내려 홀플레인 내에서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김수현은 제로코드의 파멸을 명령 할수도 있었다.


속는 셈 치고 들어볼까.



"시덥지 않은 이야기라면 나는 당장 나갈 거다 제로코드."



[씩씩거리면서 나가는 얼굴을 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겠군. 이곳에 강제로 끌려온 너에게는 꽤나 흥미진진한 이이기니 말이다.]



"그래 그러면 어디 지껄여 보라고."



김수현은 제단 정면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제로코드의 말을 기다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용자 김수현. 너 또한 고작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을 끊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우리 모두가 그걸 바라니까 말이야.]


김수현은 온몸을 짓누르는 강력한 압력과 동시에 홀 플레인에 회귀이전 처음 입성했을 때처럼 무력한 몸으로 뒤바뀌어나갔고, 그 와중에도 남아있는 힘과 화정으로 반발하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화, 화정? 거기 있는 거야!? 어서 각성한 네 힘으로 반발 좀 해보라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업적도, 능력치도 고유 능력도 발동되지 않았다.


입을 크게 벌려 소리치려 했으나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장기말에 불과하지 않다는 사실이 그리도 분한 가? 융통성 있게 상황을 진행시키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서 말이다. 나 혼자 결정한 일은 아니니 괜한 화를 내지 말아라.]


 


'네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이딴 짓을 한다는 말이냐!]


 


[그럼 또 누가 그랬냐고 생각하겠지. 놀란 얼굴 하지 말아라 너 같은 장기말의 생각 따위는 얼굴 표정만으로도 읽어낼 수 있으니. 나로써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분들이시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느냐? 무능력하고,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들도 지켜낼 수 없는 존재가 어째서 제로코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또한 너라는 존재에게 시련이라는 이름의 축복이 닥치고, 네가 얻었던 운명을 넘어서는 힘들과 한 사람이 겪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한 고통들은 모두 네가 선택하여 얻은 걸까?]


'…….'


 


이상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연한 거니까. 그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10년의 세월을 되돌리고, 다시 고통과 시련을 깨부수고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내'힘으로 얻었다. 내가 아니라면 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어느 하나 의문을 가지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나, 홀 플레인의 모든 것을 조율 가능한 나는 간신히 그 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홀 플레인의 지배자가 되었다고 자부하지만 너조차 벗어나지 못한 걸 보니 꼴이 우습군.]


[너는 그분들의 뜻에 의해서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다.]


 


그 순간 김수현은 자신을 억누르던 힘에 반발하며 목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권좌에 오른 김수현의 괴성이었다.


 


"거짓말 마라 제로코드! 그딴 말로는 나를 현혹시키지 못한다! 제로코드! 너의 주인으로써 명령하겠다 당장 그 말이 거짓임을 고하고 내가 부를 때까지 닥쳐!"


 


[……사용자 김수현. 제로코드의 주인임을 확인. 명령을 이행…… 하지 못합니다.]


 


"어째서지?"


 


[……홀 플레인 외부에서 간섭하지 못하는 초월적인 힘을 발견. 대항 불가, 적대 불가, 적의 개체 수를 계산 중…… 계산 불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전권을 이행합니다.]


이윽고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마이크 테스크 마이크 테스크 아아 잘 들립니다.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제로코드에게서 울려퍼졌다.


[음음. 김수현. 여태까지 잘해주었어. 정말, 나는 네가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은 상상도 못했다니까!]


 


"…너는 누구지?"


 


그는 분노에 차 부릅 뜬 눈으로 당장이라도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욕설을 내뱉기 직전인 상태를 애써 조절하며 물었다.]


[나? 너를 만든 놈이라고 할까나? 음…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이 세계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정도가 되겠지.]


어디선가 들어온 명칭이었다.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놈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을 하려 했지만….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에 의해 사고의 회로가 막혀버린 것 처럼.


[슬슬 이 세계를 종료해야할지도 몰라서 말이야. 그래도 너는 나에게서 부여받은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인물이니까, 이 정도는 이야기 해주는 편이 양심적으로 좋겠다고 생각했지. 솔직히 말해서 너의 취향을 저격하는 정을 나눈 여인의 몸매들은 내가 하나 하나 엄선했지. 원래는 한소영이었나? 음음. 외전에서는 그 풍미를 모두 잃어버렸지만 초반에서는 절대적인 히로인으로 떠오르던 여인내만 주려고 했는 데 말이야.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더라고. 응? 김수현 듣고 있는 거야? 어라라? 이 정도로 넋 빠지지 않을 정도로 설정해 놓았는 데 말이야. 자! 정신을 다시 되돌렸으니 마저 들으라고. 아,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그래, 그래 히로인들까지 이야기 했지. 야! 내가 이걸 쓰면서 얼마나 부러운 놈이라고 중얼거렸는 지 넌 모른다니까. 그래 너한테는 한소영도 벅찼지만 요즘은 그… 뭐냐. 하렘이 대세라서 말이지. 아, 세라프

는 솔직히 논외였는데 말이야. 이왕 막장스럽게 히로인 너한테 다 몰아준 거 끝까지 주기로 했지.]


"……."


[인외물이긴 하지만, 세라프 정도의 아름다움이라면 날개가 있어도 커버 가능할테니까… 이봐 김수현 듣고 있어? 뭐, 듣지 않아도 상관 없으려나.]



[아아. 내가 소개 하는 걸 깜빡 잊었네. 우리들의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해주신 분들이니 인사해야지 김수현!]


제멋대로 손이 움직여 양손을 잡고 배꼽에 올린 뒤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 바로 그 자세야.]


 


이후로도 젊은 남성이 말하는 대로 그의 몸은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무력함과 조종 당하는 인형마냥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 김수현은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깨어나면 사랑하는 여인들이 자신과 함께 있을 것을 생각하며….


 


[라고 끝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으음. 별로라고요? 그래도 나름 1000화를 넘겨가면서 까지 고생한 주인공인데 이 정도 배려는 해줘야 매너있는 신사 아니겠습니까 푸하하하. 아, 잠깐만요 나 여자 아니라니까! 그 이름으로 부르면 정지 먹일 겁니다.]


 


목소리는 한껏 웃은 뒤 꽤나 진지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끝내고 사라졌다.


홀 플레인의 제단에는 정신을 잃은 김수현과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려는 이들로 남았다.


세상이 정지한듯 어두워지고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자, 하얀색 화살표 모양이 나타나 하단을 눌렀고, 홀 플레인의 세상을 담은 이야기가 가득 넘치는 리스트들을 둘러보다가 혹은 우측 상단의 X 표시를 누른 후,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모험을 떠나는 이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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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8kb 입니다. 추천 한 번씩 눌러주세요~.


가독성을 위해서 김수현의 대사 부분에서만 앞뒤로 한줄씩 띄웠습니다.


오타 및 이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생각되시는 분들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__)


 


 

level.3 사용자 Nver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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