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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 (통과의례 - 完)
level.6 지오니
  • 2016-01-14 10:24:38
  • 조회수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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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사가 있다. 

 

그녀는 다른 천사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원래 천사들은 마치 네트워크 같은 연결이 되어있지만, 오직 그녀만이 연결되지 않았다. 천사에게는 감정이 있지만, 고독감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도 그럴게, 그들은 항상 다른 천사들과 연락을 할 수 있고, 또 다른 천사들과 교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을 박탈해버리자,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끝없는 고독뿐이었다. 

 

 "……." 

 

천사에게는 사용자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비록, 그녀에게 다른 천사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졌지만, 다른 능력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용자들을 감시, 보호하고 또는 자신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녀는 아무런 이유 없이, 날개를 퍼덕였다. 이 적막한 공간에 혼자 있는 것은 너무도 쓸쓸했고, 우울했다. 

 

그런 그녀에게도 유일한 낙이 있었다. 

 

 "사용자 고한솔." 

 

그러자 그녀의 앞에는, 한 화면이 비치었다. 거기에는 고한솔의 모습이 비치었다. 

 

고한솔, 천사들의 원망스러운 대상, 악마를 승리하게 만든 장본인, 그야말로 그는 천사들에게 있어 증오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자 그녀는 화를 냈다. 

 

 "대체 왜 저런 악마 같은 사내의 도우미로 만든 겁니까."

 

 하지만 그 어떠한 말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슬픈 외침만이, 메아리쳐 되돌아올 뿐이다. 문득, 사내의 옆에는 한 여인이 있었다. 

 

 "……사용자 유현아." 

 

놀랍게도 그녀는, 고한솔 옆에 있는 여인의 정체를 알았다. 사실, 그녀와 천사는 예전에 아주 긴밀한 관계였다. 

 

천사들은 제로 코드를 위해, 4명의 여왕과 1명의 왕을 만들었다. 비록 제로 코드를 얻기 위해, 5명의 인물을 선정했지만, 결국 모두 죽고 말았다. 하지만 이 천사는 그 중 한 명의 여왕을 담당했던 천사였다. 그것은 바로, 성스러운 여왕 유현아였다. 

 

유현아는 4명의 여왕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왕이었다. 

 

그림자 여왕, 고연주. 그녀는 사용자의 편에 서 부랑자들에게 대항했지만, 가장 먼저 죽었다. 부랑자들은 그녀가 가진 음지의 힘이,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신들을 방해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 결과, 고연주는 제로 코드의 획득하기 4년 전에 죽었다. 그것도 부랑자들의 물량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거두었다. 

 

철의 여왕, 한소영. 그녀는 모니카에 거점을 두고, 이스탄텔 클랜을 이끌며 저항을 했지만, 결국 부랑자 고한솔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검의 여왕, 남다은. 그녀는 이스탄텔 클랜에 있었다. 하지만 이강산에게 잡히어 최후까지 능욕을 당하며 결국 자결하고 말았다. 

 

그렇게 모든 여왕은 죽고야 말았다. 

 

물론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왕이 있었지만, 그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제로 코드는 고한솔의 손에 탈환 당했으니까. 

 

아무튼, 그녀는 성스러운 여왕, 유현아의 담당 천사였다. 

 

그녀는 유현아가 잡힌 뒤, 그에게 능욕을 당하며, 결국 부랑자들에게 윤간당해 죽는 모습까지 지켜보았다. 그 덕에, 그녀는 새로운 사용자를 받지 않고, 도우미 천사가 아니라, 전투 천사로 나서게 되었다. 

 

물론 결과야, 악마들과 싸움에서 져, 지금 고한솔의 도우미로 있지만, 그녀는 언제까지나 고한솔을 증오했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고한솔 좋아하는 겁니까." 

 

그녀의 눈에는, 고한솔을 좋아하는 유현아의 모습이 보였다. 오랜 시간 그녀의 도우미로 있었던 만큼, 그녀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명백하게 유현아는 고한솔에게 이끌림을 받고 있었다. 

 

 "고한솔은 당신을 죽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천사는 분노에 차, 날개를 마구 펄럭였다. 주위에는 돌풍이 불었지만, 고한솔을 향한 화면은 꺼지질 않았다. 한참을 날뛰던 그녀는 이내 다시 날개를 접고는 자리에 섰다. 

 

 "……." 

 

천사는 그 광경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유현아의 모습이 아른아른거렸다. 그녀는 항상 사람들을 걱정했고, 남들에게 도움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잡히고 나서도 고한솔을 걱정하며 죽은 모습은 천사인 그녀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사실, 천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동질감이라는 것은 알지만, 사랑이라는 고차원적인 감정은 천사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아무튼, 유현아를 바라보자 천사의 마음은 고뇌로 가득 찼다.

 

고한솔이 증오스럽다. 하지만 유현아는 아니다. 

 

그렇지만 유현아를 죽인 사람은 고한솔이다. 하지만 유현아는 살아있다. 

 

머릿속은 빙빙 돌았다. 

 

 "신이시여…!" 

 

 "이것을, 이것을 어찌해야 합니까!" 

 

그녀는 목놓아 신을 불렀지만, 신은 그녀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신은, 그렇게 그녀를 방관했다. 

 

 

● 

 

 

한 남성이 나무에 기대어 생각에 잠기었다. 

 

 "흐음…." 

 

고한솔은 조용히 생각했다. 사실 그로써 약간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날을 바뀌어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아, 다들 식사하러 오세요." 

 

 "네." 

 

다들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였다. 고한솔이 기억하기로는,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물게 되면 거기에 함정 몬스터가 찾아온다고 들었다. 

 

 '착각인가….' 

 

사실 고한솔로서도, 통과의례에 관한 기억은 매우 협소하다. 왜냐고 묻는다면, 통과의례는 긴 사용자 생활을 시작하게 만드는 시험장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전체적인 홀 플레인 생활을 보았을 때, 고작해야 1%도 안 되는 비중이었다. 

 

더군다나 크게 위험한 것도 없었다. 통과의례는 아무래도 사용자들 간의 협력과, 처세로 살아남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많은 괴물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이는 전사 쪽 계통의 사용자들에게 많이 유리했다. 마법사 계통의 사용자들은 마법은커녕, 보호받기에도 벅찼다. 그중 재능이 뛰어나고 외모도 아름다운 여성 사용자 중 일부는, 자신의 몸을 팔아 살아난다는 소리도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튼, 통과의례는 처음 맞이하는 시련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힘든 일이지만, 전체적인 홀 플레인의 수준을 보았을 때, 정말 쉬운 수준이었다. 

 

 '……오늘이 8일째로군.' 

 

8일째, 정오면 모든 사용자는 소환의 방으로 다시 호출 후, 사용자 아카데미에 들어서게 된다. 

 

그득! 

 

고한솔은 이가인은 범하려고 한, 주현호를 떠올렸다.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주마. 그렇게 마음속으로 칼을 갈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음식을 배분받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헤헤헤…." 

 

계속 자신에게 달라붙어 식사하는 이가인의 행동이 사실은 좀 귀찮았다. 전에도 자신에게 들러붙지 말라고 말했지만, 내 말을 콧방귀로 들은 것인지 여전히 내 옆에 자리 잡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유현아와 시선이 마주쳤다. 

 

유현아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었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실 이가인에게 달라붙지 말라는 것도, 유현아의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묘한 시선이 계속 신경 쓰여서 그런 것이다. 

 

아무튼, 고한솔은 조용히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이가인은 무엇이 기쁜지, 자꾸 나를 보고 얼굴이 빨개지다가 다시 밥을 먹었고, 유현아는 잘근잘근 수저를 깨물었다. 

 

그러던 중, 김덕필이 나에게 다가왔다. 김덕필도 아직 식사를 다끝내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김덕필은, 고한솔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 

 

 '대체 저기서 그게 누굽니까?' 

 

시선을 돌리자 김덕필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 

 

한심하다는 바라보는 시선에, 김덕필은 머쓱했는지 담배를 피우러 간다며 사라졌다. 아무튼,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느덧 정오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고한솔은 자신의 천사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했다. 

 

 '칫, 짜증 나는군.' 

 

고한솔은 천사를 생각하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는 듯, 얕게 혀를 찼다. 그건 천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고한솔은 이번에 소환의 방에 가게 된다면 이번을 끝으로 다시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갑자기 불길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무언가 생존에 있어 큰 위험이 다가온다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는 것만 인지할 수 있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면 함정 몬스터가 나타나게 됩니다. 모두 목숨을 잃기 싫으면 도망치십시오]

 

 

 "어, 엇?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모두 자신의 앞에 이상한 화면이 떠올랐다. 금세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도망치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그 순간, 엄청난 굉음이 어느 지점에서 쏟아져 나왔다. 

 

 [키에 에 에에!] 

 

그 소리에 사람들의 안색은 새하얗게 변했다. 

 

 "서, 설마 그 괴물이 이쪽으로 오는 건가!" 

 

사람들은 설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현아와 차승현은 그 괴물이 이곳에 온다는 사실에, 공황에 빠졌다. 

 

 "일단 모두 피해요!" 

 

임현수는 사람들을 통솔해서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 순간, 어떤 물체가 포탄처럼 날아와 임현수 앞에 꽂혔다. 그것은 길쭉한 나무였다. 2~3m 정도 되어 보이는 나무, 하지만 자신의 키보다 큰 나무의 모습에 임현수는 몸이 굳었다. 그리고 괴물은 숲을 헤치며 나타났다. 

 

 "괴, 괴물이다!" 

 

구승환이 외쳤다. 

 

 "모두 피해!" 

 

그 말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괴물은 그 모습에 그르렁대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괴물은 어떤 지점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유현아가 다친 차승현을 부축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마치 놓친 먹잇감이 제일 맛있다는 듯, 괴물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케엑] 

 

마치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는 듯, 그들을 향해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그 순간,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고한솔은 괴물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비껴내었다. 마력으로 몸을 강화했지만, 몸에 적지 않는 부담이 찾아왔다. 

 

 "……." 

 

해를 슬쩍 쳐다보았다. 해는 정오에 거의 가까웠지만, 아직 정오는 아니다. 하지만 정오까지 버티기만 한다면 자연스레 사용자들은 소환의 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괴물은 자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다. 피지컬적인 차이가 너무 심하다. 피부에 은은하게 흐르고 있는 마력을 보았을 때, 검기를 일으키지 않으면 도저히 녀석의 몸에는 상처가 나지 않을 것이다. 

 

또 기묘하게 유백색으로 흐르는 액체는, 마치 고무와 같은 탄성으로 그의 검을 튕겨낼 것만 같았다. 

 

 '얼마나 버텨야 할까. 5분? 10분?'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 하지만 버티기만 하면 이쪽의 승리였다. 

 

고한솔은 마음을 다잡았다. 비록 이가인이 어디로 도망을 쳤는지 잘 모르겠지만, 잘 도망갔으리라 생각을 하고는 일단 괴물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괴물은 마치 다 잡은 고기를 놓치게 한 사람을 보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키에 에 에에!] 

 

유현아는 차승현을 부축하고 괴물이 찾지 못하는 숲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괴물은 놓칠세라 몸을 움직였지만 나는 또다시 녀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키윽!] 

 

그 모습에 괴물은 거칠 것 없이 돌진했다. 나는 있는 힘껏 마력을 끌어올렸다. 녀석의 공격을 흘리거나, 막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해야만 했다. 

 

 "흐아아!" 

 

기합을 내었다. 녀석의 돌진은, 압도적인 체구와 스피드에서 나온다. 그 속도를 막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차를 칼로 막겠다는 것과 같다. 물론 차를 칼로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나는 해내야 했다. 

 

카앙! 

 

녀석의 돌진에 속절없이 밀려났다. 몸을 마력으로 보호하기는 했지만, 그 충격마저 흡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돌진의 방향을 바꿀 수는 있었다. 

 

 "커어억!" 

 

내부가 진탕되었는지, 기침하자 살짝 핏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간신히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을 때는 나를 보며 비웃는듯한 괴물의 안면이 보였다. 

 

 [키릭키릭키릭] 

 

마치 상대도 되지 않는데, 왜 내 앞을 가로막느냐는 비웃음이었다. 

 

 "하, 너도 다쳤으면서 비웃기는…." 

 

 [키릭?] 

 

녀석은 내 말이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하지만 난 똑똑히 보고 있다. 

 

나를 보며 비웃은 녀석의 얼굴에는, 아주 기다란 사선이 그어져 있었다. 

 

피슉! 

 

이제서야 상처가 터진 것인지, 녀석의 얼굴에서는 초록색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키에 에에!!] 

 

그 고통에 녀석은 발버둥 쳤다.

 

녀석의 꼬리가, 내 주변을 강타했다. 내부도 진탕이 되고, 녀석을 막느라 힘이 다 빠졌지만, 그 흥분하여 날뛰는 움직임을 예측하기란 매우 쉬워서, 간신히 몸을 움직여 피했다. 괴물은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자, 다시 일어나 나를 노려보았다. 

 

 [키에 에 에에!] 

 

이번에야말로, 날 방해한 너를 죽여버리겠다고 울부짖는 그 모습에 마음을 정리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었지만, 몸이 소환되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아, 안돼." 

 

문득 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나무 뒤에 숨은 이가인의 모습이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 게 보였다. 

 

 '하, 이번만은 그녀를 지키고 싶었는데….' 

 

재수가 없는지, 아직도 나와 그녀를 소환되지 않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싫다는 듯 망설임 없이 내게 다가왔다. 

 

그렇게 눈을 감자, 무언가 날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죽음인가….' 

 

그것이 내 마지막 생각이었다. 

level.6 사용자 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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