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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 (통과의례 - 12)
level.6 지오니
  • 2016-01-07 20: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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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사람들은 둘을 데리고 이동할 수는 없어서 근처에서 노숙을 했다. 

 

아무튼, 밤은 서서히 깊어져 갔다. 사람들은 제각기 불침번 순서를 정하여,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다행히 고한솔은 초번초를 서게 되었다. 

 

모닥불이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문득 고한솔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기척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유현아였다. 

 

 "……." 

 

유현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 옆에 자리 앉았다. 고한솔이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 얼굴에선 눈물 자국들이 흥건했다. 

 

고한솔은 그 모습에 그저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늘은 얄궂게도 아주 맑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보일 정도로 깨끗했다.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보냈을까, 유현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 궁금하세요?" 

 

 "……때가 되면 이야기하겠지." 

 

굳이 울고 있는 사람의 상처를 들출 필요는 없지. 뒷말을 삼켰다. 그 말에, 유현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상냥하시네요." 

 

 "……." 

 

그럴 리는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아주 냉혹한 학살자라고 불렀다. 무자비하고,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악마. 사용자들은 그를 악 그 자체라고 불렀었다. 

 

 "저, 바보 같죠?" 

 

유현아는 애달픈 미소를 지었다. 

 

 "제가, 제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아니, 하다못해 제가 반대했더라면 김형만 씨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에요." 

 

 "……그 행동은 잘못되지 않았다." 

 

 "아니, 아니에요. 제가, 그들을 외면했으면, 차승현씨는 저렇게 상처를 입지 않았을 거고! 김형만 씨는…!" 

 

복받쳐 오는지, 말을 더 이상 잊지 않았다. 

 

그 행동은 잘못된 건 아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들이겠지." 

 

 "네?" 

 

 "……선의의 행동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옳은 일이다." 

 

그랬기에, 그녀는 1회차 성스러운 여왕으로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더군다나, 그를 악착같이 궁지에 몰아넣은 사용자, '제갈해솔'도 결국 무수히 많은 클랜 중, 유현아의 클랜인 너도밤나무의 클랜에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나쁘면, 대체 무슨 소용이겠어요! 

 

 "하지만이란 건 없다." 

 

고한솔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그것은 결과론적인 말이다." 

 

누군가 선행을 했지만, 그가 훗날 살인자가 된다면 그를 구한 것이 나쁜 짓인가. 그는 사람들에게 규탄을 받아야 하는가, 물론 그 살인자에게 죽은 사람들은, 그를 구한 사람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갈뿐더러, 나조차도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행동에 잘못된 것은 없다. 

 

그가 살인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평범한 사람인지, 혹은 위대한 인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행동마저 나쁜 짓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 

 

그 말에, 유현아는 고개를 숙였다. 

 

고한솔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깨끗했다.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 여인은 그 하늘과도 같이 맑고 깨끗했다. 순수했고, 또 그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반했겠지. 

 

문득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아주 거세게 유현아의 얼굴과 부딪혔다. 

 

 "하읏!' 

 

그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잠시 그 바람이 지나자, 유현아는 한결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큰 충고를 받은 것만 같았다. 문득 그가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자, 유현아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루종일 울어, 퉁퉁 불어터진 눈에, 말라버린 눈물 자국, 그리고 산발이 된 머리. 그것이 떠오르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보, 보지마욧!" 

 

 "?" 

 

한솔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현아는 서둘러 근처 냇가로 달려갔다. 근처 냇가에서는 울어서 퉁퉁 불어터진 눈과 말라버린 눈물 자국, 휑한 모습까지 그 모든 것이 추해 보였다. 

 

 '이, 이걸 어째!' 

 

유현아는 서둘러 얼굴을 정돈했다. 비록 화장품 같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여자의 체면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네츄럴이 대세라지만, 이것은 내츄럴이 아니라, 그냥 야만인이었다. 

 

서둘러 얼굴을 정리하고는 그 자리에 돌아왔다.

 

물론 정리한다는 것이 10분은 더 걸리는 일이었다. 황급히 그에게 변명하려고 갔지만, 그 자리에는 구승환이 피곤한지 연신 하품을 했다. 

 

 "여,여기 있던 사람 어디 갔어요?!" 

 

 "자러 갔어요." 

 

 "…!!!" 

 

유현아는 그 말에 무릎을 꿇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어, 어떻게 해!' 

 

그저 발발 동동 구른 체 울상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왜 자신이 그에게 관심을 가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을 이상한 여자라고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미 추한 꼴은 다 보아서 슬프겠지만 말이다. 

 

고한솔은 자리에 들어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의 모습을 느끼긴 했지만, 별 상관 쓰지는 않았다. 아무튼, 두 남녀의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밤을 세셨어요?" 

 

 "아무래도요…." 

 

이가인의 말에, 유현아는 피곤한 듯이 말했다.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이미 이곳에 온 지 벌써 7일째 되는 날이다. 유현아는 어제의 그 충격적인 자신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문득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몸을 풀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다행? 

 

내가 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지? 

 

그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보통 연인들 사이에서, 쌩얼을 들키기 싫을 때, 떠오르는 생각이 아니던가. 유현아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사라지는 것은 좀 걸렸다. 수분의 시간이 흐른 후,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를 불렀다. 

 

 "흠흠, 어젯밤, 잠 편히 자셨나요?" 

 

고한솔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유현아는 약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꼭 자신만, 자신의 모습이 흉한 것이 아닐까 걱정한 것 아닌가. 그렇게 살짝 그를 흘겼다. 하지만 고한솔은 그에 신경 쓰지 않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웅! 

 

한껏 땀방울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에, 유현아는 넋 놓고 보았다. 마치 그의 턱선을 타고 흐르는, 그 모습은 마치 너무나도 매력이 있었다. 

 

 '후르르릅!' 

 

유현아는 순간 침을 삼켰다. 순간 그를 보며, 망상을 떠올렸지만,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한편, 고한솔은 고민했다. 

 

검을 아무리 휘둘러도, 잠재능력이나 특수 능력이 개화하지를 않았다. 땀을 흘릴 정도로 검에 집중했지만, 그 어떠한 능력도 개화되지는 않았다. 

 

 '백병계통이나, 혹은 무아지경이라도 얻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검을 연달아 휘둘러 보았지만, 얻는 것이라고는 땀을 뻘뻘 흘리면 운동한 체력과 근력, 민첩의 상승 뿐이었다. 아무튼, 검을 집어넣자 , 주위에서 박수치는 소리가 들렸다. 

 

 "와, 대단하세요." 

 

 "무슨 검무를 보는 것 같아요." 

 

 "…쩐다." 

 

모두 제각기 감탄사를 내뱉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수련이나 할 것이지, 쓸데없는 구경 질이나 하다니. 하며 한심하게 보았지만, 여편네들로부터 반짝거림을 받았다. 

 

 '우와, 저저 쇄골 좀 봐요.' 

 

 '아니, 저 땀방울이 흐르는 복근이 더 좋다니까요….' 

 

예민한 고한솔의 귓가에는, 그녀들의 수다가 다 들렸다. 어찌 됐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냇가로 흐르는 땀방울을 씻었다. 

 

잠깐 냇가에서 몸을 씻고 온 한솔은, 어느샌가 완성된 아침 식사에 자신을 향해 그릇 두 개를 들고 오는 이가인의 모습을 보았다. 

 

 "고맙군." 

 

 "네." 

 

이가인은 그 소리에 기쁜지 꽤나 흥겨운 콧소리를 내었다. 둘은 단란하게 서로를 마주 보며 아침 식사를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들과 같이 단란한 아침 식사를 한 것은 아니다. 

 

은근히 다른 여자들을 관찰하던, 구승환은 옆구리를 찌르며 노려보는 허유리를 보며 땀을 삐질 흘리기 일쑤였고, 임현수는 서슬퍼런 눈으로 감시하고 있는 임한나의 모습에 그저 조용히 수저를 놀리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김덕필은 혼자 궁상떨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원, 나도 부러워서 애인을 사귀든가 해야지." 

 

투덜투덜 되며 밥을 먹던 김덜필은, 짜증이 나는지 빠르게 밥을 먹고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유현아는 이가인과 고한솔의 다정한 모습에, 나름 속상했다. 아무래도 자신 때문에 몸을 다친 차승현의 간호를 하느라, 그 옆자리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엇! 거긴 제 입아니에요!" 

 

 "앗! 죄송해요!" 

 

실수로 숟가락을 차승현의 코로 들이댔다. 차승현은 이 봉변에 겨우겨우 간호를 받으며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아무튼, 제각기 식사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일단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할까, 토의해보도록 하죠." 

 

임현수는 주도적으로 나서며, 일정에 대해 좋은 의견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실 전 어차피 천사들은, 어차피 오늘만 끝나게 된다면 통과의례를 끝난다고 생각을 해서 그냥 이대로 이 공터에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차피 지금 저희 쪽은 환자도 있고 하니, 이동하기에는 힘든 거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나도 마찬가지야, 어차피 하루 밖에 안 남은 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잖아." 

 

이에 김덕필도 동의했다. 나머지도 이와 같은 의견 같은 의견인지 빤히 그를 보았다. 

 

 "뭐, 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김덕필은 순간 자신의 얼굴에 뭔가 묻었나 싶어, 소매로 얼굴을 훑었다. 

 

그의 당황한 모습에, 다들 미소를 지으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모두, 각자 이 근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죠." 

 

단, 위험한 일이 있으면 크게 소리쳐주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달려가죠. 

 

임현수는 간단한 주의사항을 말하고,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딱히 무언가 할 짓은 없었다. 고한솔은 마력감지를 하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주위에 있는 것이라고는 이 일행들밖에 없었다. 

 

문득,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포탈 근처의 괴물을 보았다. 비록 먼 거리에 있었지만, 내 시선을 느낀 듯, 녀석은 낮게 울부짖었다. 

 

 [크르르르] 

 

일행의 목소리에는 들리지 않는 듯, 일행들은 제각기 자기 할 일을 하였다. 능력이 하나 두 개 오른다고 저 포탈에 있는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잠재 능력이라도 각성하면 모를까.' 

 

그래, 무아지경, 백병전. 둘 중의 하나라도 개화하면 어렵지 않게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저 괴물과 싸우는 와중에, 능력이 개화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런 도박을 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아무튼, 고한솔은 포탈의 벽에 갇힌 체, 울부짖는 괴물에게 시선을 껐다.

level.6 사용자 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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