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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 (통과의례 - 11)
level.6 지오니
  • 2016-01-07 20:50:53
  • 조회수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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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그 포탈입니까?" 

 

 "그렇습니다." 

 

차승현은 숲을 지나 나오는 공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공터 끝에는, 푸르게 빛을 내는 포탈이 있었다. 차승현이 그곳으로 걸어나가려고 하자, 주현호는 말렸다. 그것은 그를 걱정해서 아니라, 지금 출발하게 된다면 그의 계획과 어긋나기에 말렸다. 

 

여기서 저 포탈까지 거리는 200m, 아마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시점은 100m로 추정이 되었다. 자신이 본 사람들은, 대략 절반쯤 갔을 때, 괴물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이후,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먹어치웠고 포식을 한 괴물은 사라졌다. 하지만 굳이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래, 미끼로 쓰려면 차라리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거야.' 

 

말로 살살 꼬드기는 것보다, 차라리 모르는 채로 허둥지둥 당황하는 것이 시간을 더 끌 수 있었다. 

 

 '형식아, 넌 내 뒤를 바싹 따라와라.' 

 

 '응? 알았어.' 

 

형식은 그의 말에, 의아했지만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그들은 포탈을 향해 천천히 전진했다. 50m 전진을 하였을까, 어느덧 괴물이 나타난 지점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50m, 40m, 30m…. 

 

무언가 불길한 낌새를 느꼈을까, 유현아는 갑자기 멈추어섰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에요." 

 

유현아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곧 있으면 저항하기 어려운 위기가 닥칠 것 같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전진하게 된다면 일행이 모두 죽을 것만 같은, 까닭없는 불안은 느꼈다. 주현호는 이에 긴장했다. 혹시 자신의 계획을 알아차린 것 아닐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이 광경은 오로지 나만 본 것이었다. 

 

현호는 침을 꼴깍 삼켰다. 다리는 언제라도 달려나갈 수 있게, 팽팽하게 긴장했고, 마음속으로는 괴물이 언제 등장할까 싶어 그 시점과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낮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에 에 에에] 

 

 "!!" 

 

 "!!" 

 

모두 그 음성을 들었다. 주현호가 목표했던 시점보다 더 일찍 소리가 들렸다. 그랬기에 주현호는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박이다.' 

 

 "뛰어." 

 

 "뭐?!" 

 

주현호는 달렸다. 형식은 뛰라는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달려나갔다. 나머지 셋은 그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런 의문을 느낀 순간, 주현호와 형식, 그리고 나머지 일행 셋 사이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키에 에 에에!] 

 

그것은 그들로서 처음 보는 괴물이었다. 괴물은 굉음을 지르며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뒤로 빠져나가는 두 명, 그리고 자신의 앞에 겁먹은 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명, 숫자를 계산하던 괴물은 자신의 앞에 놓인 세 명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세 명을 향해 다가갔다. 

 

그제야 셋은 정신을 차렸다. 

 

 "저, 저 새끼…!" 

 

김형만은 분을 터트렸다. 둘이 배신한 것이다. 

 

김형만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도끼를 들었다. 포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그들을 향해 도끼라도 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도끼를 던지게 된다면, 이 빌어먹을 괴물들에게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한편, 주현호는 거칠 것 없이 달렸다. 

 

슬쩍 뒤를 돌아보았을 때, 괴물은 자신들을 더 추적하지는 않았다. 사실 주현호가 형식에게 자신의 뒤를 따라오라고 한 것은, 미끼 때문이다. 아무래도 형식이보다 자신이 조금 더 빨랐다. 여차하면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괴물이 있으면 형식을 제물 삼아 포탈에 들어가려고 했다. 

 

형식은 이 엄청난 사태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저 자신 앞에 달려나가는 현호를 무작정 따라갈 뿐이었다. 

 

둘은 그렇게 포탈로 들어갔다. 

 

그 이후, 남아있는 자들은 무기를 들었다. 

 

아무리 괴물이 자신들이 상대하기에 벅차 보였지만,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죽는 것은 사양이었다. 괴물은 그 몸짓이 가소롭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마치 날카로운 뱀과 같은 꼬리를 지닌 괴물은 여차하면 찌르기 쉽게 꼬리를 빳빳이 세웠다. 

 

괴물은 가볍게 꼬리를 휘둘렀다. 

 

김형만은 앞장서서 그 꼬리를 도끼로 쳐내었다. 

 

탕! 

 

쇳소리가 들렸다. 김형만의 도끼와 괴물의 꼬리는, 서로 튕겨 나갔다. 

 

김형만은 이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눈을 크게 떴다. 단지 신체도 아닌 꼬리와 도끼가 충돌하였는데, 그 반동으로 팔이 빠질 듯이 아팠다. 

 

 "도, 도망쳐." 

 

 "네?" 

 

 "도망치라고!" 

 

울부짖었다. 

 

이것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김형만은 순간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죽자 죽어.'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내 뒤에 있는 두 사람은 살리고 싶다. 김형만은 그렇게 생각하며 도끼를 들었다. 둘은 그 말에서 계속 부동자세였다. 

 

김형만은 느끼지 못했지만, 괴물은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사실 괴물은 이 셋을 빠르게 먹어치우고, 포탈로 가는 둘도 먹어치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선 인간은 생각보다 강했다. 물론, 자신이 먹어치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지만, 시간이 걸리는 인간이다. 

 

그 사실에 더 먹을 수 있었는데, 고작 셋밖에 먹지를 못한다니…. 

 

괴물은 천천히 움직였다. 

 

 "뭐해! 다들 미쳤어! 정신 차…." 

 

그 순간, 괴물은 거대한 팔로 김형만을 쳐내었다. 

 

김형만은 마치 포탄처럼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가던 김형만은 땅과 충돌했다. 김형만과 부딪힌 땅바닥은, 붉은 핏자국으로 너저분하게 널렸다. 즉사였다. 

 

그 모습에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도망쳤다. 

 

괴물은 느긋이 그들을 쫓았다. 괴물의 입장에서야 느긋하겠지만, 그것은 둘보다 빠른 것은 명확한 일이었다. 

 

쾅! 

 

차승현은 비명을 질렀다. 괴물이 거대한 팔을 휘두른 것이다. 다행히 창을 들어 막기는 했지만, 차승현이 주르륵 밀려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단 한 번의 공격이었다. 

 

그것을 막자마자, 팔은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 

 

 "으…." 

 

떨리는 몸으로 한 걸음씩 움직였지만, 괴물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 꼬리로 스윙하듯이 쳐버렸다. 막을 힘이 없던 차승현은, 그만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유현아는 공포에 질렸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괴물은 유현아로서는 대처하기 어려운 재난이었다. 

 

그런 작은 사냥감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던 괴물은 어떤 무형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키에 에 에에!] 

 

괴물은 이게 뭐냐는 듯, 마구 벽을 긁었지만, 벽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였다. 괴물은 악을 쓰며 벽을 부수려고 했지만, 벽은 절대 부서지지 않았다. 

 

차승현에게도 가려고 했지만 차승현에게 가려고 하면 아주 작은 차이로 벽에 막혔다. 

 

한동안 괴성을 지르던 괴물은, 결국 제일 처음 죽은 김형만에게 다가갔다. 

 

짜증이 난다는 듯이, 아주 뼈째로 그를 씹어먹었다. 그러곤 그들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행히도 목숨을 건졌지만, 유현아는 잔인한 모습에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 

 

 

 '도와주세요.' 

 

 "?" 

 

고한솔은 이상한 목소리가 들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였다. 

 

 '유현아?' 

 

고한솔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유현아와 나는 지금에서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물론 내가 그녀의 일행에게 작은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서로 마찬가지였다. 서로 주고 받은 것일 뿐이다. 그랬기에  느껴지는 감각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하, 앞에 무언가 있는가?" 

 

 "아무것도…." 

 

문득 아까 그 목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신경이 쓰였기에, 한번 마력을 맹렬히 끌어올렸다. 마력은 아주 재빠르게 주위를 퍼져나갔다. 혹시나 싶어서 마력을 끌어올려 주위를 감지한 것이 옳은 선택이다. 

 

 "이쪽이다." 

 

고한솔은 일행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었다. 일행은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다들 적응하기 힘들었다. 

 

 "처, 천천히 좀." 

 

특히 여성들은 갑자기 빨라진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모습에, 천천히 걸어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건 천천히 가서는 안될 문제였다. 

 

자신이 감지한 것이 옳다면, 이 근방에 유현아 일행이 있다.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자, 어느 순간 황량한 공터가 나타났다. 

 

 [키에 에 에에!] 

 

한 괴물이 유현아를 향해 울부짖었다. 하지만 무언가 벽이라도 막힌 듯이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 옆에는 피투성이가 된 체,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차승현의 모습이 보였다. 

 

유현아는 아주 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고한솔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선 피하지." 

 

 "……네." 

 

고한솔은 피투성이가 된 차승현을 업었다. 이윽고 뒤따라온 일행은, 한 공간에 갇혀있는 괴물을 보게 되었다. 

 

 "저, 저게 뭐야!" 

 

 "괴, 괴물이다." 

 

거대한 검치호를 목격한 이가인조차, 그 괴물을 보는 순간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마치, 인간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그 괴물은, 오로지 인간들을 향해 아주 날카로운 살기를 뿜어내었다. 간신히 고한솔만 마력을 끌어올려 대항을 하였다. 

 

 [키에 에 에에!] 

 

 "모두 천천히 숲으로 돌아가지." 

 

겁에 질린 사람들을 통솔했다. 난생 처음 보는 그 괴물의 모습에, 모든 이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안전한 곳에 도착한 고한솔은 마력으로 천천히 차승현을 지혈하기 시작했다. 

 

 '…심각하군.' 

 

팔은 으스러졌다. 공터에 부러진 창을 보았을 때, 어찌 된 일인지 쉽게 짐작이 되었다. 

 

괴물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진 것이다. 팔도, 창도. 허유리는 가방에 들고 있던, 붕대와 진통제를 꺼내었다. 

 

진통제를 먹이자 고통이 가시는지, 차승현의 비명은 점차 줄어들어 갔다. 허유리에게 붕대를 넘겨받은 고한솔은, 부러진 팔에 부목을 대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후일 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비틀어질 것이다. 

 

그렇게 고한솔이 차승현을 치료하는 사이, 유현아는 구석에 앉아 울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가인은 조심스레 물었다. 

 

 "모두, 모두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들을 받아들이지만 않았더라면…. 

 

유현아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얘기했다. 

 

자신이 어떤 두 남성을 일행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남성이 자신들을 배신하고 도망쳤다고. 

 

 "김형만은 죽었나…." 

 

 "네에…." 

 

유현아는 힘없이 말했다. 고한솔은 그 모습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살아있는 둘, 보이지 않는 하나,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그가 나머지 두 사람을 위해 희생한 것은 쉽게 유추가 되었다. 

 

사실 그와는 별다른 추억이 없다. 한 여름밤 짧은 인연에 불과했다. 짧은 시간 그와 함께했기에, 그에 대해서 떠오르는 것이 없는 줄 알았지만, 이상하게도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냥, 동생을 보는 거 같아서, 나이 많은 아재의 조언이라고만 생각해. 뭐, 저번에 데드맨 무리를 처리해 준 답례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냥 남들에게 흔하게 하는 위로였다. 하지만 막상 그가 죽으니 조금 울적했다. 

 

좋은 사람은 일찍 가는구나. 옛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구나. 고한솔은 그 말을 떠올리며 그를 애도했다. 

level.6 사용자 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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