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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선택
level.4 에디
  • 2016-03-04 09:54:51
  • 조회수 2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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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의 주위는 어둠으로 가득했고 피부를 감싸는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그곳에 서서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는 내뱉어 보았다. 그 때마다 새하얀 입김들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수현은 천천히 자신의 두 눈을 질끈 감아보았다. 

눈을 감는 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 그다지 없었지만, 그의 머릿속으로 여태까지 그가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역을 하자마자 홀 플레인에 끌려와 천사 세라프를 만났던 날부터 시작해, 소중했던 사람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괴로움 그리고 지금 이순간을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려온 순간까지 많은 것들이 그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수현은 새삼 그 기억들을 하나씩 곱씹어 보았고 그러다 보니 가슴이 저릿하다 못해 아파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들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런 감정들이 한데 뒤섞여 자신이 순간 느끼고 있는 기분이 정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제로 코드를 드디어 손에 쥔 것에 대한 환희인지, 아니면 생각 보다 별 볼일 없는 그 모습에 느끼는 허망함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제로 코드는 수현의 손에 들어왔다. 

이 두 손에 수 많은 피를 묻히고 희생을 담으며 정상에 올랐다. 이 것을 얻기 위해 해왔던 것이 과연 잘 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한 때는 제로 코드라는 것, 그 자체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제로 코드는 수현의 손에 들어왔고 그는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었다. 커다란 성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고 홀 플레인이라는 공간 그 자체를 지배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영원히 죽지 않은 삶이나 젊음을 이룰 수 있었고 지옥 같은 이 세계에서 빠져 나와 이젠 꿈이 되어버린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수현은 다시금 눈을 천천히 떠 보았다. 눈 앞의 제로 코드는 여전히 번쩍였고 그는 그것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것에 다가가며 자신의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무엇이 최선일까. 무엇이…….’

 

 

수현은 두 입술을 움직여 제로 코드라는 그 이름을 말해보았다. 순간, 그것을 산산조각 내버려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애초에 이것이 아니었더라면 자신이 이곳에 있지 않았을지도 몰랐고, 이것이 아니었더라면 쓸데 없이 많은 이들이 희생당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 두 손으로 희생시키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제로 코드 그 자체가 이 세계에 있어서 악의 근본일지도 몰랐다. 

수현은 담담한 표정을 지어내며 눈 앞의 제로코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 번에 그것을 깨부수기라도 하려는 듯, 그 어느 때 보다 꽉 주고 있는 그 검에 엄청난 검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그 기운만으로도 제로코드를 산산이 조각 내다 못해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수현은 마음을 먹은 듯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그 것을 그대로 그것을 부수려던 찰나였다. 마치 눈이 멀어버릴 것 마냥, 빛이 세상을 뒤덮였고 수현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세라프의 목소리가 그의 귀 속으로 파고 들었다. 

 

“사용자 김수현.”

 

여전히 그녀는 가식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고, 수현은 분기에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수현의 모습에 세라프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내 보였다. 

 

‘손에 들고 있던 것까지 소환이 되었더라면, 저 가식적인 얼굴을 당장이라도 쳐냈을 텐데.’

 

그것이 아니라면 손을 뻗어 저 가녀린 목을 꺾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저 천사는 어떤 표정으로 죽을까 하는 못된 상상이 그의 머릿속을 뒤덮였다. 그러면서도 과연 저 가식적인 천사가 죽긴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 방해하지?”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수현은 입을 삐죽이더니 먼저 한 마디 내뱉었다. 그러자 세라프는 고개를 한 번 가로 젓더니 수현을 향해 말했다. 

 

“……사용자 김수현이라고 하더라도 제로 코드는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세라프는 한 치의 떨림도 없는 청아한 목소리로 수현에게 말했다. 수현은 그런 세라프의 말에 아랫입술을 저도 모르게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리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제로 코드를 영원히 없애버리겠다는 소원을 빈다면?”

“……불가 합니다.”

“왜? 어째서지 제로 코드가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며. 그래서 이곳의 사용자들이 그렇게 죽고 죽이며 살아가는게 아니었어?”

 

세라프는 뚫어져라 수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언제와 같은 모습으로 수현에게 말했다. 

 

“제로 코드와 관련 된 소원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수현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사용자 김수현이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세라프에 말을 가만히 듣던 수현은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을 피식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맑은 연녹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소원이라…….’

 

마땅히 떠오르는 소원이 없었다. 애초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눈 앞의 천사가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당장 말하라는 표정을 지켜보고 있으니, 수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잘나신 천사가 자신을 이곳으로 소환했고 빨리 말하지 않으면 큰이라도 나는 것 마냥 사람을 닦달하니 수현은 숨을 크게 내뱉고는 세라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처음 시작했던 그 때로 돌아갈래.”

 

수현의 모습에 세라프의 두 눈동자가 잔뜩 흔들렸다. 그 순간, 수현은 결심했다. 

 

“사용자 김수현.”

 

수현은 이미 마음 먹은 것을 또 다시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을 지금 이 순간까지 있게 해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이 순간까지 지탱할 수 있도록 해준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들이 아니라 자신이 그들을 지켜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이순간으로 돌아와 함께 하고 싶었다.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든, 다시 집으로 돌아가든…….

 

“나는 그 소원으로 할래.”

 

세라프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관이었다. 그리고 수현은 그런 세라프를 보며 생각했다. 만약 세라프가 또 한 번 핑계를 댄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그녀에게 다가가 더 이상 그 따위 말들을 쏟아내지 못하도록 그 목을 분지를 생각이었다. 

 

“……사용자 김수현은 진심으로 홀 플레인의 시간을 되돌리길 원하십니까?”

 

세라프가 수현에게 물었다. 그리고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답했다. 

최후의 선택이었다.

 

 

 

 

 

 

 

 

++

김수현이 1회차때 제로코드를 얻고 2회차로 넘어가는 그때를 상상하며 썼습니다. ㅎㅎ

 

 

 

 

level.4 사용자 에디

성별
직업
일반창술사
성향
레벨
Lv.4
경험치
8110 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