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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Code _zero
level.3 손놔
  • 2016-03-04 00:04:11
  • 조회수 2499
  • 추천 4
  • 댓글 8

추천 주면 안잡아 먹...O<-< 


 M E M O R I Z E _ Master Code _zero


      W. 손놔

 

 

 

 

 

 

 

 5분만, 5분만 더 하다 이제 막 일어난 유진은 침대 위에서 몸을 굴렸다. 비적비적 하니 척척 걸아가 삐걱 이는 의자 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은 유진은 뒷머리를 박박 긁었다. 습관적으로 책상 앞에 앉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유진이 메모라이즈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인 2012년 12월 12일이다. 그 후로부터 약 3년이 지난 2016년 2월까지. 마라톤처럼 쉼 없이 달렸다. 긴 연재 시간만큼 에필로그를 앞둔 지금까지 힘겨웠다. 물론 지지해주는 독자들과 차곡차곡 쌓이는 스토리에 즐거웠다. 그러나 1000편이 넘는 연재에 포기하고 싶은 고비는 말이 필요 없이 많았다. 정말 독하게 견뎠다.

 독자들의 댓글 하나에 감정이 휘말려 무너지기도 했고 매너리즘에 빠져 개연성 없이 한 끼 식사처럼 뚝딱 완결을 내고 싶은 충동에 휩쓸리기도 했었다. 안테나 한 칸 안 뜨는, 전쟁도 피해갔었다는 산골 오지에 드가서 잠수도 타고 싶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많았지만- 결국 견뎌 냈다.

 

 

 유진에게 주인공 김수현은 그냥 캐릭터가 아니다. 홀 플레인 속에서 같이 생존하고 싸웠던 동료고 친구다. 연재를 했던 이래 언제나 함께 했었는데….

 

 

 습관처럼 책상 앞에 앉았지만 깜박이는 커서 앞에 메모라이즈의 완결을 쓸 수 없다.

 

 유진은 마른세수를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완결은 구상이 끝났다. 완결뿐만 아니라 에필로그와 그 외의 외전까지 플롯이 준비되어 있지만 연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세상에 도와주질 않아! 드디어 시원섭섭하게 메모라이즈를 끝내나 싶었더니 일이 터지다니…. 설마 인터넷이 끊겨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바람에 완결을 쓰지 못하는 병에 걸릴 줄도….

 

 

 강제로 홀 플레인의 김수현과 이별하고 말았다. 비주얼 노블도 이제 막 시작하던 단계였는데…. 꾸준히 찾아와 추천과 댓글을 주던 독자들과 인사도 못했는데, 지지해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하지 못했다.

통신이 마비된 지 벌써 며칠이 지났건만 유진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핸드폰을 눌러 본다. 역시나 연결할 수 없다는 여자의 안내만 이어졌다.

 

 

 몸을 기울여 손을 뻗었다. 씁쓸한 무게를 받아낸 등받이가 삐걱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부러지지 않는다. 이 의자도, 책상도, 손에 잡은 이 연습장도 메모라이즈와 함께 세월을 함께했다. 추억이 이렇게 가득 있는데, 한순간 인터넷이 끊기자 유진의 소통의 입구였던 세상이 무너졌다. 완결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낡은 연습장을 휘리릭 넘겨봤다. 틀리면 쭉쭉 선을 긋고 손으로 써내려간 메모라이즈의 설정집. 그리고 그 뒤의 책꽂이에 꽂힌 소장용 초판들을 둘러본다.

 

 

 “아~ 미치겠네.”

 

 

 미치겠다. 완결을 앞두고 세상이 미쳐 돌아가서, 내가 돌아버리겠다. 이제 곧 끝인데 왜 하필 지금 세상이 미쳤냐고. 울컥 짜증이 솟구친 유진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말 그대로 미친놈들이 일을 벌이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보다 더 잔인하고 엄청난 놈들이 세상 곳곳에 나타나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단다. 어이가 없지.

 

 습관적으로 손을 얹었던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를 빙글빙글 돌린다. 허탈하게 천장을 바라보던 유진은 삐죽 솟아난 뒷머리를 잡아당기다 퍼뜩 일어났다. 세상이 미치고 완결이 불발 되어도 배는 고프다. 끼니때가 되면 울어대는 위장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살려면 먹어야지, 뭐 어째.

 

 비적비적 일어나 냉장고에 머리를 박았다. 오늘은 뭘 먹어야 하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화가 되었고 음식 배달이 되었었다. 어제까지는 TV가 나왔었다. 밖은 위험하니 방구석에 처박혀 안전을 도모하라는 긴급 방송이 있었다. 기약도 없었다. 다급해 보이던 아나운서는 마지막으로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 진정하고 문단속 잘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알려줬다. 그리고 이제 언제 전기가 끊기고 수도가 끊길지를 고민해야겠지. 완결이 아니라 말이야.

 

 

 유진은 아침 겸 점심으로 치느님을 먹기로 했다. 다행히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 가면서 신의 한수로 남은 배달 음식이 많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내내 라면이나 간장 밥을 먹었으리라.

 

 고고한 은박지에 쌓여 있는 치느님을 꺼냈다. 은박지를 제거하고 상자의 뚜껑을 곱게 닫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우웅- 하는 기계 소리를 들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바닥에 같이 뒹굴던 수첩을 펼쳐본다. 명함을 잘 잃어버려 손으로 적어놓은 연락처와 주소들이 빼곡하다.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은 폰팔이 아저씨들의 전화번호와 영업소 주소까지 적혀있다. 괜스레 뒤적거리다 가장 가까운 주소의 지인을 찾아본다. 세상 이리 되어버린 거 아는 사람 찾아서 같이 있으면 좋겠는데….

 

 순간 나약해져 열심히 가까운 주소를 찾다가 금세 “에이”하고 덮어 던진다. 주소 알아서 뭐해, 찾아가서 뭐해. 어차피 세상은 똑같이 미쳐있을 거다. 가봐야 완결 못내는 거 똑같고 미친놈들 몰래 숨어 있어야 하는 거 똑같다.

 

 

 저기 문 밖에, 갑자기 나타난 미친놈들이 살인을 저지른다고 한다. 자신들은 무슨 천사의 피해자라면서 악당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 돌연변이 괴물들이 건물을 무참히 파괴한다고…. 뉴스에서도 자료 영상은 없고 목격자 진술뿐인 믿거나 말거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명 세상 밖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는 거다. 오랜 통신 장애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무심코 벌떡 일어나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을 때 “에이씨”하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이래서 습관이란 게 무섭다. 한 글자 써 내질 못하는데 우선 손부터 돌리는 거다. 심지어 연재 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상황 이렇게 된 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푹 쉬기로 마음먹었는데 몸과 머리가 따로 논다. 머리는 쉬자고 말하는데 습관이 되어버린 몸이 뭐든 해야 할 것 같다는 강박으로 안달이 나있다. 갑자기 이렇게 일이 없는 것도 아주 죽을 노릇이라며, 완결 편을 연재하지 못하면 끝내도 끝낸 게 아니라는 것을 아주 절절히 느끼고 있다.

 

 

 데우기 버튼을 너무 눌렀나? 얼마나 오래 돌아가는 거야, 우리 치느님 돌아버리겠네-하고 생각하며 눈 위에 팔을 얹었다. 잠깐 쉬다가 치킨 다 되면 일어나야지…. 그러다 쿠울쿠울- 잠이 들었다.

 

 

 

 

 

   * * *

 

 

 

 

 

 유진은 치킨 생각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둔 전자레인지 속에 혼자 외롭게 남은 치킨님 생각에 마음이 급했지만 눈을 떴을 땐….

 

 

 “이게 뭐… 으응?”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치킨을 먹으려고 전자레인지를 데웠을 뿐인데….

 왼손에 들린 작은 구슬을 멍하니 굴려봤다.

 

 

 “예언자 로유진.”

 

 

 뭔가 데자뷰같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에 고개를 기울였다.

 연재를 시작한지 3년 조금 넘었다. 몇 회에 어떤 장면이 나오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최신 연재분과 적어도 1회 만큼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주인공 김수현이 제로 코드를 이용해 홀 플레인에서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던 일을. 그래서 알 수 있었다. 내가 김수현이 제로 코드를 사용하던 그 장소에- 들어와 있단 것.

 

 좌우로 마구 흔들리는 유진의 눈동자에도 아랑곳 않고 나직하게 울리는 세라프의 목소리는 단호하기만 하다.

 

 

 “대답해주세요. 예언자 로유진. 어떻게 이곳에 계신 거죠?”

 

 

 귓가를 두드리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이거 꿈인가? 현실이야? 여기… 거기 맞지?

 동공지진이 일어난 눈으로 바라본 공간은 상상한 것 보다 꽤 넓고 생생했다. 그리고 세라프는 생각보다 좀… 말랐다. 엄청난 글래머일거라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슴이… 음.

 

 

 “이거 꿈인가? 너 세라프지?”

 “예언자 로유진. 지금은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이곳은 현실을 뛰어 넘는 홀 플레인입니다. 예언자 로유진이라면 당연히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아, 그래. 그런데 예언자라니. 내가?

 

 

 “근데 내가 예언자라고? 내가?”

 “그렇습니다. 예언자 로유진. 당신은 이곳 홀 플레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 당신이 이 땅을 밟고 선 것만으로도 이미 홀 플레인은 부서지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인지 몰라도 지금 즉시 이탈할 것을 부탁합니다.”

 

 

 이탈하라고 해도 방법도 모르고…. 꿈이라면 볼을 꼬집는 식상한 방법이 통하겠지만, 안 통하네.

 어깨를 으쓱하고 “나갈 방법을 모르겠는데.”하고 가볍게 말하자, 무표정이던 세라프의 미간을 찌푸린다.

 

 

 “예언자 로유진. 지금 당장 홀 플레인을 나가주… 앗!?”

 

 

 ‘앗’하고 입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무언가 가리킨 세라프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왜 그래?”

 

 

 급변하는 표정에 세라프는 생각보다 글래머가 아니고 철가면도 아니었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세라프가 가리킨 뭔가를 따라 시선을 던졌다. 처음 눈을 떴을 때부터 들고 있던 구슬.

 

 

 “어? 그러고 보니, 이거 제로 코드?”

 “아닙니다!”

 

 

 아, 왜 소리는 치고 그래. 쩌렁쩌렁 울린 목소리에 얼굴 찌푸리자 세라프가 전에 없이 딱딱한 말투로 말한다. 화났나?

 

 

 “그건 제로 코드가 아닙니다. 그건… 마스터 코드! 도대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딱딱하게 말하다가 다시 흥분을 했는지 결국 소리치고 만 세라프.

 이게 마스터 코드라고? 내가 제로 코드는 알아도 마스터 코드는 처음인데? 아니, 작가도 모르는 설정이 다 있네. 이거 진짜 꿈 아닌 건가?

 손에 들린 마스터 코드를 묘하게 바라보던 유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세라프가 진실은 숨길지언정 거짓말은 안하는 앤데….

 

 

 “세라프. 묻고 싶은 게 있어.”

 “뭡니까, 예언자 로유진.”

 “도대체 왜 날 보고 예언자라고 하는 거야? 따지고 보면 이 세계는 내가 만들었으니 신이라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리고 마스터 코드는 또 뭔데? 분명 내가 아는 그 세상인데, 그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썸인가?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으응?

 

 

 “뭔가 착각을 하시는 가 봅니다. 예-언-자 로유진.”

 

 

 착각? 아니, 이게 꿈이든 뭐든 내가 쓴 책이고 내가 만든 세상에 들어왔으니 나정도면 충분히 신 급 아니야?

 

 

 “시간이 없으니 설명은 간단히 하겠습니다. 당신은 예언자. 홀 플레인 사용자들의 길을 내어주는 자입니다. 신이라니, 당치도 않는군요. 예언자인 당신의 일은 사용자들의 운명을 기록하는 것. 기록을 남겨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하! 웃기지 마. 내 머리 쥐어 짜가며 메모라이즈를 썼더니, 뭐? 내가 글 수정만 하면 세라프 넌 지금쯤 살아 있지도 못해!”

 “예언자 로유진. 착각은 자유지만, 현실을 직시해 주십시오. 한번 적었던 것을 지우고 아무리 수정한다 한들, 수많은 갈레의 운명으로 점쳐진 길을 벗어나진 못하는 겁니다. 아무튼 시간이 없습니다. 벌써 붕괴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언자 로유진이 어째서 마스터 코드를 가지고 홀 플레인에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왔는지는 몰라도 당신이 마스터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

 

 

 “당신은 홀 플레인의 모든 운명을 작성했고, 알 수 없는 오류를 통해 마스터 코드를 손에 거머쥔 첫 번째 예언자입니다.”

 “그런데.”

 “그런데가 아닙니다. 홀 플레인의 사용자라면 그토록 소망하는 제로 코드 그 이상의 마스터 코드를 얻었습니다. 당신에게 ‘자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마스터 코드의 ‘자격’은 무궁무진하며 허락하는 안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세라프. 다른 말은 필요 없어.”

 “…마스터 코드만 있다면 ‘이상’의 존재도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갑작스런 빠른 전개에 당황했지만 내천자로 기운 세라프의 미간을 보아하니 정말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았다. 그래서 덩달아 마음이 급하다. 내가 애지중지 글을 쌓아 만든 내 세상이 무너진다고?! 상상도 하기 싫다고!

 

 

 “제로 코드와 같지만 다릅니다. 당신은 신이 아니지만 마스터 코드를 가졌습니다. 제로 코드보다 더 많은 힘과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니 마스터 코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마스터 코드의 소유권은 오롯이 예언자 로유진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건드릴 권한이 없습니다. 다만 조언할 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이곳은 홀 플레인. 당신은 홀 플레인의 사용자가 아닌 지구의 인간. 즉, 홀 플레인에 낀 찌꺼기입니다. 당신 세상의 용어로 치면 웜 바이러스나 오류입니다. 이 상태로 마스터 코드를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천사의 등급으로는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결정하세요. 마스터 코드를 홀 플레인에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언자 로유진이 지구로 돌아가는데 사용하시겠습니까?”

 

 

 결정이라…. 엄청난 힘이 있다는 마스터 코드 치고는 너무 어렵잖아. 뭐든 될 수 있다면서…. 애초에 나는 어떻게 여기 온 거냐고?

 점점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 믿고 있었다. 비록 찌꺼기라 불렸지만… 아 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그렇습니다.”

 

 

 침묵했다. 시간이 없다고 세라프가 자꾸 재촉했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말문이 막힌 탓이다. 나보고 찌꺼기라느니, 계산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다느니 하는데 어떻게 해. 이게 꿈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불안하단 말이지. 생각보다 글래머가 아닌 세라프도, 기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구슬 마스터 코드도, 잔잔한 바람이 부는 이 공간도. 묘하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서 장난스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제로 코드를 사용하던 김수현이 심각하게 10년의 세월을 돌려 달라 했던 것처럼….

 

 

 “세라프.”

 “예. 예언자 로유진.”

 “이건 꿈도 아니고 나는 홀 플레인의 사용자가 아닌, 지구의 인간이라고 했지?”

 

 

 세라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마스터 코드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제로 코드보다 더 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졌다고 했지?”

 

 

 더 강한 힘이라면 지구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지구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거잖아? 구슬을 가까이 들여다보자 검붉은 마스터 코드의 구슬 안에서 회오리가 치는 느낌이 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그럼- 홀 플레인의 사용자들을 모두 내가 살던 차원의 지구로 돌려줘.”

 “예? 아, 아니 잠깐만요.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까? 당신은 이곳의 찌꺼기입니다. 마스터 코드를 가졌어도 이곳에 있을 수 없는 오류입니다. 예언자 로유진이 소멸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요?”

 “아~ 난 걱정 없어.”

 

 

 씨익 웃었다.

 내가 여기서 죽을 리 있어? 완결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는데 죽도록 쉽게 내버려 둘리가 없지. 뭐, 내가 만든 내 세상에서 죽는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지. 예언자라면서? 어차피 돌고 돌려서 수정을 해도 수많은 운명의 갈레 중에 하나라면서? 결국 운 빨 좋으면 된다는 거잖아.

 한숨을 내쉰 세라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다시 한 번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제야 마스터 코드에서 눈을 떼고 다시금 세라프에게 시선을 던진다. 이제 보니… 옷이 저게 뭐야. 불투명한 잠자리 날개로 만든 듯 한 민망한 옷차림의 천사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모양으로 당당히 서있다. 뭐, 생각보다 글래머는 아니어도 몸매가 착하기는 하지. 그나저나 뭘 다시 묻는다는 거야? 시간 없다면서.

 

 

 “예언가 로유진의 요청을 재확인 하겠습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홀 플레인의 사용자 전원을 당신이 살던 차원의 지구로 돌려보내길 원하고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지구는 미쳤다. 정체불명의 미친놈들이 튀어나와 악당을 자처하고 원인 모를 바이러스와 괴물이 지구를 아야하고 있었다. 이게 현실이고 내 손의 마스터 코드가 제로 코드 이상의 힘을 가졌다면, 이게 꿈이고 뭐고 도전하고 싶다. 김수현이 지구에 있다면 하는 생각은 줄 곳 했었다. 마블 히어로처럼 짜잔, 말이다.

 

 

 “그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세라프를 보고 웃었다. 팬 아트를 찜 쩌 먹을 외모의 천사 세라프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아슬아슬한 옷 때문에 십구금 욕망이 생길법도 한데 현재의 상황 덕인지 오히려 등골에 소름이 돋는다. 아무리 몸매가 착하고 예뻐도 너무 완벽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충분히 납득 합니다. 다른 천사들은 몰라도 저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이해? 이해는 무슨 이해. 나름 뼈아픈 선택을 한 거라고. 그러니 쉽게 납득하지 마, 천사 아가씨. 이게 진짜라면 내가 만든 세상이 무너지는 거라고. 3년 동안 뼈 빠지게 만든 내 세상이! 김수현을 중심으로 독자들과 다 같이 싸우던 그 세상 말이야. 그럼 메모라이즈와 함께 내 무게를 지탱해준 내 의자는 뭐가 되냐, 어?

 

 

 “세라프. 나는 너의 이해를 바라는 게 아니야.”

 “그래도 이해합니다. 저는 사용자 김현수를 통해….”

 “됐어. 시간 없다고 한건 너잖아. 빨리 하자고.”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나 너무 낯설다.

 세라프의 목소리도 아까와 달리 많이 떨리고 있었다. 무언가에 고양된 것처럼. 나는 세라프가 오늘처럼 동요하는 모습을 서술한 적이 없다. 모든 사용자를 예언자가 살고 있는 지구의 차원으로 돌려달라는, 이런 내용으로 말이다. 지금 내가 한 말이 세라프에게 그렇게 흥분할 내용이던가?

 잠깐 동요하던 세라프는 곧 무표정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예의 나직한 목소리로 사무적인 대사를 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예언자 로유진은 정말로 마스터 코드를 사용해 홀 플레인의 모든 사용자를 예언자가 살던 지구의 차원으로 보내주길 바라는 겁니까?”

 

 

 말을 마친 세라프는 어딘가 기대에 찬 목소리였다. 문득 가슴 속에서부터 짠하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갑자기 홀 플레인에 전송되어 싸워온 사용자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다니…. 생각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서 속이 울렁거렸다. 엄청… 기뻐하겠지?

 

 지끈 거리는 가슴 언저리에 손을 얹고 마스터 코드를 내밀었다.

 나는 한동안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이정도면 처절하게 굴린 김수현에게 빚은 갚는 거겠지? 그럴거로 믿어야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련한 얼굴의 예언자 로유진을 보던 세라프가 어딘가를 응시하며 나지막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사용자 김수현. 보고 싶을 겁니다. 부디 행복….”

 

 

 세라프의 목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강렬한 빛이 터지며 눈앞이 하얗게 번진 유진은 죽을지도 모를 상황에 빛을 보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홀 플레인에서 죽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거지?’

 아마, 죽어서도 엄청 억울하지 않을까? 죽어서도 편하게 눈감지 못하는 거 아닐까?-하고 유진은 생각했다.

 

 

 

 

 

   * * *

 

 

 

 

 이제 막 전역하던 김수현이 잠에서 깬 것은 옅은 노을이 지던 오후다.

 

 

 [ Code Name Master. Complete. 사용자 김수현. …인 것을 축하합니다. ]

 

 

 방금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잠을 자고 깨어난 것처럼 찌뿌듯한 몸을 잡아 당겨 기지개를 하던 김수현은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주위를 살폈다.

 

 

 “어라?”

 

 

 왜 아무도 없지.

 한참 달려야 할 기차는 선로 중간에 멈춰 서 있고,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열차 내에는 머리칼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닌지 구겨진 신문지와 버려진 가방 등. 엉망진창으로 난장판이었다.

 

 

 “뭐지? 무슨 일 났나?”

 

 

 이상하다 생각하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군대에서 일괄 지급한 투박한 전자시계는 2011년 12월 27일 21시 56분에 멈춰져 있다. 이상하네 하고 화면을 톡톡 두드리던 수현은 앞좌석의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진짜 이상하네. 기차가 왜 중간에 멈춰 있지? 에이, 진짜. 집에 가기 참 힘들다. 벌써 몇 십 년째… 응?

 

잠시 어지러운 복도에 서서 앞으로 갈까 뒤로 갈까, 문을 열고 나갈까 고민하던 수현은 어깨를 돌리며 무심코 입을 열었다.

 

 

 “젠장, 다시 통과 의례의 시작인가?”

 

 

 아, 나 방금 뭐라고 한 거야. 통과 의례? 수현은 기억이 날듯 말 듯한 머리를 흔들며 창밖을 내다봤다. 방금 무슨 소리나 났는데.

그곳에는-

 

 

 “어- 어? 나 쟤네 알 것 같은… 어엇?! 야아!”

 

 

 창밖을 향해 손가락질하던 김수현이 급하게 창문을 두드렸다.

 반가움이 가득 담긴 소리에 창밖의 그들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김수현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주인공이 현실로 온다...를 쓰고 싶었는데 거의 프롤로그만 쓰다 끝이 났... 

쓰고 보니 이게 팬픽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아 (어쩌다 작가님이 등장했...퍼억!)

메모라이즈를 절반 정도 읽었기 때문에... 무리수ㅈㅅ.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슴다.



< 1초가 소중한 님들을 위한 요략 정리 >


1. 작가님이 사는 세상이 미쳐간다

2. 작가님이 치킨을 데우다 깜박 잠든다

3. 꿈 속(?)이 홀 플레인.. 눈 앞에 세라프+_+

4. 아닛, 나한테 제로 코드 아닌 마스터 코드가?!

5. 작가 : 내 목숨 말고. 불쌍한 우리 애들...흐규흐규.. 현실로 보내줘요 잉잉!

6. 기차에서 눈을 뜬 김수현. 전역했는데...집 가는길이 왤케 길게 느껴지냐..

7. 왜 사람이 없어. 어? 쟤들 낯이 익... 어? 어어? 야!!


- 끗 -

 

감사합니다 (꾸벅)

level.3 사용자 손놔

손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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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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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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