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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천둥이 울부짖는 산 - 1)
level.6 지오니
  • 2016-03-17 01:38:00
  • 조회수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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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이거 다 올리는게 안되네요.

 

 어쩔 수 없이 분할해서 올려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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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황폐한 황무지다. 단순한 황무지였으면 상관이 없지만, 그 황무지 중앙에는 거대한 성이 있었다. 

 

 그 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의실, 요리실, 침실 등 많은 방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회의실을 보기로 하자. 회의실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사람이라기에는 머리에 뿔이 달린 것을 보아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마족이었다. 

 

 그들은 긴 탁자에 앉아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많았지만, 식탁 끝에는 한 남자가 멋들어진 의자에 앉아있었다. 

 

 "모두 왔나?" 

 

 "아아, 모두 모인 거 같군." 

 

 옆에 앉은 노인이 말했다. 그 말에 남자는 의자를 돌려 식탁에 앉은 자들을 바라보았다. 

 

 작은 고스로리의 모습을 취한 자도 있었고, 천박한 창녀처럼 남을 유혹하는 옷을 입은 여인도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 근육질이 가득한 청년도 있었고,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신사도 있었다. 

 

 "흠흠, 다들 대계의 예언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지?" 

 

 "천사 놈들이 노린다는 것 말고는 몰라." 

 

 창녀처럼 보이는 여인은 고혹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몇몇 마족들은 바지 중앙이 부풀어 올랐지만, 대다수 마족들은 오로지 중앙의 남자에게 집중했다. 

 

 "뭐, 딱히 지금에서는 상관없어."

 

 하지만 지금 또 다른 예언이 나타났다는 것이 중요하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탄, 대체 무슨 말이지? 새로운 예언이라니?" 

 

 "운명에 벗어난 자." 

 

 사탄은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모두가 경악스러워 하는 가운데, 중간에 있는 근육질 청년은 궁금해했다. 그 모습에, 중년 신사는 그를 매우 한심하게 보았다. 

 

 "벨리알, 좀 근육만 키우지 말고, 지식 좀 키우게." 

 

 "그건 부하들이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은 아냐. 메피스토펠레스." 

 

 그 모습에 중년의 신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정말이지 뇌근이 따로 없다. 그랬기에 그를 이해시켜주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운명에 벗어난 자란, 튀케의 파편을 얘기하는 거다." 

 

 "운명의 여신, 튀케 말인가?" 

 

 "그래, 그 파편은 존재만으로도 세상을 어그러트릴 수 있는 존재성을 지니고 있다." 

 

 본디 정해진 운명조차 파괴하는 그야말로 흉악한 존재지. 

 

 "흐음, 그럼 그 녀석을 죽이면 되는 건가?" 

 

 "예끼! 대가리에도 근육만 있는 놈아, 죽이는 것보다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 메피스토펠레스가 잘 설명했군." 

 

 사탄은 탁자를 집고 말했다. 

 

 "지금 대계의 예언은, 우리의 패배를 얘기하고 있다." 

 

 "…그 할망구 아직도 안뒤졌냐?" 

 

 벨리알이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그를 끌어들여야 한다." 

 

 "어떻게?" 

 

 "지금 그것에 관해서 설명하려고 모두 모인 것이다." 

 

 사탄은 탁자를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러자 탁자 위에는 기묘한 홀로그램이 생겨났다. 

 

 "이게 뭐냐?" 

 

 "무식한 놈아, 지구 쪽에 있는 홀로그램이라는 거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벨리알을 타박했다. 벨리알은 모를 수도 있지,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메피스토펠레스는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아무튼, 그자는 지금 누구인지, 어떠한 곳에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계약자들을 통해, 그자의 존재를 빨리 파악해라. 

 

 "그래야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길 가능성이 있다." 

 

 "아아, 그러지." 

 

 그 말을 끝으로 회의는 끝났다. 원체 회의라고는 잘 하지 않는 종족이었기에,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텅 빈 회의장에는 사탄과 메피스토펠레스만이 남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운명에 벗어난 자, 과연 그가 우리를 승리로 이끌까요?" 

 

 "모른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탄은 비열하게 웃었다. 그에 메피스토펠레스 또한 웃었다. 죽음으로 향하는 예언 앞에 모두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리라. 텅 빈 회의장에 두 마족의 웃음만이 울려 퍼졌다. 

 

 

● 

 

 

 

 이곳은 소환의 방이다. 그 방에는 한 여인과 한 천사가 있었다. 

 

 "수호자 이효을, 그를 찾아냈습니까?" 

 

 "그래, 찾은 것 같아." 

 

 "그럼 그를 죽이기 바랍니다." 

 

 천사는 이효을에게 명령했다. 이효을은 이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그를 죽인다는 것은 어려웠다. 

 

 "정말 죽여야 하는 거야? 아니, 그냥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면 안 돼?" 

 

 "안됩니다." 

 

 천사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니, 운명에 벗어난 자는 잘만 쓰면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며." 

 

 "잘 쓰지 않아도, 됩니다. 존재 자체가 계획을 망칩니다." 

 

 이에 천사는 대꾸했다. 

 

 "하, 진짜 너희는 질린다. 질려!" 

 

 "명심하십시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천사들의 지원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 짜증 나는 년들!" 

 

 이효을은 발칵 성을 냈다.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심하십시오." 

 

 "…알았다고, 아리엘." 

 

 이효을은 그렇게 소환의 방을 빠져나왔다. 소환의 방에는 아리엘이라는 천사만이 남아 있었다. 아리엘은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후, 우리엘, 전 알고 있다고요." 

 

 당신이 그토록 지키려는 고한솔이라는 존재를 말입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당신은 고한솔은 분명 증오하지 않았습니까." 

 

 헌데, 고한솔을 지키려고 하다니, 아이러니합니다. 고한솔의 도우미인 제가 그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에게 죽임당한 사용자의 도우미인 당신이 그를 살리려고 하다니. 

 

 아리엘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고한솔의 모습을, 그리고 자신의 목을 꿰뚫는 그의 차가운 검을. 

 

 그 생생한 고통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무심결에 목을 만져보았지만, 목은 붙어있었다. 

 

 "하, 그 빌어먹을 부랑자 자식, 반드시 죽여버리겠습니다." 

 

 아리엘은 분노를 터트렸다. 자신은 고한솔을 굉장히 증오했다. 고한솔이 부랑자로 전향했기에, 자신은 천사들 중에서 나락에 가까운 경험을 겪었다. 천사들의 멸시와 증오, 그 모욕에 수치심을 떨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은 회귀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용자가 고한솔이 아니라, 전대 수호자 이효을이라는 사실에 기뻤다. 

 

 문득 고한솔을 살펴보았을 때, 고한솔은 0년 차였다. 힘은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그랬기에 기뻤다. 마음만 먹으면 그를 죽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를 죽이고 싶었지만, 이제까지는 명분이 없었다. 이제 명분이 생겼다. 아리엘은 그에 광소를 터트렸다. 

 

 그 모습은 마치 천사가 아니라, 악마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순백색 날개는, 조금은 회색빛으로 물들여 지는듯했다. 

 

 

● 

 

 

 시간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해가고 있었다. 일행들은 가을에 원정을 출발한다는 사실에, 수련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원정에 관해 준비를 시작했다. 

 

 "후우…." 

 

 김덕필은 여관 밖,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웠다. 아무래도 무언가 쓸쓸한 기분이었다. 

 

 고한솔과 허준영의 대련, 그 뒤 그들 일행은 이 여관을 떠나 다른 여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차피 같이 원정을 떠날 거라면, 같이 있는 게 좋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지만 이효을은 난처한 웃음만 지었다. 

 

 '죄송하네요, 연구할게 있어서요.' 

 

 이효을은 김덕필의 제안을, 웃으며 거절했다. 김덕필은 자신의 스물다섯 청춘에 봄이 찾아오나 싶었지만, 역시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울부짖는 찰나, 한 사내가 이곳으로 도망쳐 나오고 있었다. 

 

 "미안해~!" 

 

 "너 거기 안 서!" 

 

 구승환과 허유리였다. 둘은 또 러브 코미디를 찍으며 격렬한 추격전을 치르고 있었다. 구승환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들을 피하며, 발이 손이 되도록 빌었다. 

 

 "유리야,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해!" 

 

 "미안하면 다야! 당장 여기 와서 무릎 꿇고 빌지 못해!" 

 

 "그건…." 

 

 차마 구승환으로서도 맞아 죽을까 봐, 그곳에 다가가지 못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말을 하는 순간, 허유리는 그전보다 심하게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어떻게 하면 허유리의 손에서 목숨을 보장할 수 있을까,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가며 구승환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 뒤로는 여러 마법이 그를 강타했지만, 그는 몸으로 버티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차승현이 있었다. 

 

 처음에는 둘의 사랑싸움에, 이거 심각하니까 말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허구한 날 사건을 일으키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둘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두 여인이 있었다. 

 

 "부우…." 

 

 "하아, 부러워." 

 

 그것은 이가인과 유현아였다. 그 둘은 어떻게든 고한솔에게 자신을 어필했지만, 고한솔은 철벽남처럼 소용이 없었다. 내 남자는 왜이리 내 마음을 몰라줄까, 그 생각에 이가인은 조금 뾰로통해졌지만 금세 표정이 한껏 풀어졌다. 저 멀리서 고한솔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는 탓이다. 

 

 

 고한솔은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 것인지, 고한솔에게 손을 흔들어보았지만 보지 못했다. 

 

 임한나 남매는 남들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 한적한 곳에 있었다.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는 가운데, 그들은 어느 나무 밑동을 기대고 있었다.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임현수는 잠에서 깨어나, 몸을 굳은 몸을 풀려고 했지만, 자신의 어깨를 베개 삼아 자고 있는 여동생을 보자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머리를 차분히 쓰다듬었다.

 

 "우웅, 오빠…."

 

 잠결에 자신을 떠올린 것인지, 임한나는 작게 잠꼬대를 했다. 그녀의 가슴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아서는 아직 꿈나라에 있었다. 아무튼, 둘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했다. 

 

 곧 있으면, 원정에 떠날 시간이다. 

 

 김덕필은 담배를 완전히 태우고 돌아가려는 찰나, 한 사내가 자신의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허준영이었다. 

 

 "여어, 날이 좋구먼." 

 

 김덕필의 인사에, 허준영은 가볍게 묵례를 했다. 바로 본론을 꺼냈다. 

 

 "우리 쪽은 준비가 다 됐다. 언제 출발할 생각이지?" 

 

 "다음 주, 월요일. 우리도 준비는 다 마쳤다고." 

 

 그에, 허준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여기 있기 싫다는 듯 그는 뒤로 돌아 나섰다. 그렇게 돌아가는 중 한참을 도망치던 구승환과 마주치게 되었다. 

 

 구승환은 허준영의 모습에 웃음이 세어 나왔다. 

 

 "풋!" 

 

 이에 허준영은 짜증이 치솟아 올랐지만, 차마 원정을 떠나기 전에 사고를 일으킬 수는 없었기에 애먼 돌멩이를 걷어찼다. 

 

 "어이, 하인 씨, 원정 때 잘 부탁한다고!" 

 

 구승환은 잔뜩 다른 상대에게 분풀이하고 있는 허준영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 탓에 허유리가 자신의 뒤에 접근한 것을 몰랐다. 

 

 "구!승!환!" 

 

 "…미안해!" 

 

 바로 뒤돌아 무릎 꿇고 빌었지만 이미 늦었다. 구승환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마법들에, 그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꺄울!" 

 

 구승환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런 구승환을 향해, 허유리는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하면 내 남자가 철들까, 고민만 휩싸여 갔다. 아무튼, 그의 처참한 모습에, 허준영은 그를 비웃으며 돌아갔다. 

 

 "자자, 이제 휴식은 이만하면 됐지?" 

 

 김덕필은 그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빡세게 일할 시간이라고, 다음 주에 원정에 출발할 거니까, 단단히 준비해!" 

 

 "네." 

 

 모두 그의 말에 유쾌히 대답했다. 

 

 고한솔은 이효을 일행에 대해서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이유로 합류를 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녀와 이 일행, 심지어 자신과도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단순히 그녀의 목적을 위해 서로 이용하는 관계일 뿐이다. 

 

 무언가 껄끄럽기는 했지만, 고한솔은 더 생각나는 게 없었기에 생각을 그만두었다. 

 

 이미 같이 행동하기로 한 이상, 의심을 접어두는 것이 좋았다. 

 

 '뇌제라….' 

 

 마법사 시크릿 클래스이지만, 일신의 무력도 굉장한 편이다. 굳이 따지자면 전투 마법사에 가까운, 아니, 마검사에 가까운 직업이다. 

 

 문득 뇌제를 자신이 얻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시크릿 클래스는 강하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크릿이라는 이름하에, 각종 어드밴테이지가 추가된다. 하지만 고한솔은 알고 있다. 그 장점들은 다른 부분에서 뽑아온 장점이라는 것을. 거기에 장점이 있으면 분명 다른 부분에서 약해지는 것이 있다. 물론 장점이 단점을 보완하는 부분이 있지만, 단점이 생긴다는 것은 그로서도 껄끄러운 일이다. 

 

 문득 바람이 물어왔다. 

 

 여름 바람은 나름 후덥지근했지만 그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나쁘지는 않았다. 

 

 바람은 그를 지나,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두 여인에게도 스쳤다. 

 

 "하읏!" 

 

 "꺄악!" 

 

 그녀들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사수하며 바람에 맞섰다. 문득 그 모습을 보자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부랑자의 길을 걸었더라면, 이런 소소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최소한 고한솔은 그렇게 생각했다. 고한솔은 자신의 검을 보았다. 티르빙은 아직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능력치 상승은 이루어졌지만, 티르빙은 실의에 빠져나오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처음 자신이 웨어울프를 쓰러트렸을때 챙긴 목걸이를 보았다. 특별한 효과는 없었지만, <광폭화>의 능력을 가진 목걸이. 아마 위기시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고한솔은 이제 장비를 완전히 점검했다. 아무튼 이제 시작이다.

 

 

 ●

 

 

  시간은 흘러, 어느덧 완전한 가을이 찾아왔다. 김덕필은 시간이 되었는지,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여관 앞에 모인 일행은 밝은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정비만 하는 것은 그들에게 좀이 쑤시는 일이었다. 일행들은 각자 장비를 점검하고 김덕필을 바라보았다. 김덕필은 그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출발하자고!" 

 

 "네!" 

 

 그들은 프린시카의 성문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원정을 출발하는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효을 일행과 만나기로 한 접선지이기도 했다. 천천히 걷자 저 멀리서 성문의 모습이 보였다. 

 

 성문에는 불량스럽게 기대고 있는 허준영과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효을의 모습이 보였다. 이에 김덕필은 손을 들었다. 그제야 김덕필의 모습을 봤는지, 이효을은 작게 인사를 했다. 

 

 "딱 맞춰서 오셨네요." 

 

 "아, 시간은 정확하게 맞춰야죠." 

 

 김덕필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에 이효을 또한 웃음으로 답했다. 차승현은 웃음으로 이효을을 맞이하는 일행을 보았다. 문득 저 멀리서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허준영이 보였다. 

 

 자신이 그를 바라보자,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생각인 듯, 고개를 휙 하고 돌려버렸다. 이에 차승현은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예의가 없다지만, 최소한 인사는 하는 게 도리 아닌가. 

 

 물론 그 모습에, 구승환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이거 하인 님 아니십니까?" 

 

 허준영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하인이라는 소리에,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이에 구승환은 건들건들 거리며 허준영에게 다가갔다. 

 

 "하인은 원래 주인을 똑바로 대접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천둥벌거숭이 자식." 

 

 허준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구승환은 대놓고 무시하며, 이효을 쪽으로 걸어갔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이에 구승환은 화가 나 뒤에서 무어라 외쳤지만, 허준영의 귓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허준영의 모습에, 차승현은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것인지 허준영도 차승현을 고깝게 보았다. 자신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는 차승현에게, 비웃음을 한번 날려주고는 이효을 옆으로 가버렸다. 

 

 '후, 실력도 없는 주제에….' 

 

 허준영의 비웃음은 그 뜻이었다. 그 사실에, 차승현은 자신의 언월도를 붙잡았다. 창대가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아서는 화가 치솟아 오른 것이 틀림없었다. 

 

 차승현은 당장에라도 저 허준영이라는 사내와 다시 한 번 겨루고 싶었다. 그와 대결 이후로, 차승현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거세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최소한 저 사내에게는 지기 싫었다. 

 

 그렇게 둘이 눈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효을은 고한솔에게 다가갔다. 

 

 "한솔 씨, 안녕하세요." 

 

 "……." 

 

 딱히 살갑게 대할 생각은 없었기에, 고한솔은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이효을은 '무슨 이런 예의 없는 사내가 있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호호…." 

 

 이효을이 웃음소리를 내었지만, 고한솔의 관심 밖이었다. 이효을은 구겨지는 인상을 부여잡으며,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반지를 살짝 확인해 보았다. 

 

 그 반지는 여전히 영롱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사실에, 이효을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사실 그 시간 동안,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때로는 한 클랜에 유적에 대한 정보를 건네기도 하고, 은밀하게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 클랜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사람을 죽이라니….' 

 

 단순하게 부랑자를 죽이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었기에 정당방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한솔을 죽이는 것은 아무 죄 없는 이를 죽이는 것과 같다. 수호자로서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그를 죽여야 한다. 

 

 그것이 수호자의 역할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 

 

 문득 고민을 하는 찰나, 김덕필의 말이 들려왔다. 

 

 "무슨 고민이라도 하고 계십니까?" 

 

 좀 느끼한 말투였다. 아무래도 김덕필은 이 아가씨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아무것도…. 

 

 "하하, 그럼 이제 원정을 출발하겠습니다." 

 

 어느샌가, 출입일지를 작성한 것인지 경비병은 자연스럽게 성문을 열었다. 

 

 "내가 앞장서도록 하지." 

 

 허준영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미 한번 갔던 터라, 그가 앞장을 서게 된다면 최단거리로 유적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 

 

 고한솔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효을을 보았다.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솔 씨, 빨리 와요오." 

 

 먼저 앞서나간 이가인이 재촉했다. 어느새, 일행은 먼저 떠나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에 고한솔은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원정은 그렇게 출발했다. 

 

 

● 

 

 

 허준영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캐러밴의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그가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 것은, 자신이 길을 잘 알고 있다는 것도 있지만, 자꾸 자신의 옆에서 쫑알대는 구승환이 짜증 났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하인 님, 길 찾으시는 게 많이 늦으시네요." 

 

 "닥쳐라!" 

 

 허준영은 자꾸만 자신의 속을 긁는 구승환의 모습에 열이 받혔다. 그래, 처음 며칠은 참을만했다. 길 찾는다는 핑계 삼아 그를 피했을 때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눈치챈 구승환은 그를 도와주겠다며, 그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구승환은 자꾸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허준영을 실컷 놀렸다. 

 

 이에 화가 난 허준영은 숲 속의 나뭇가지들을 거칠게 베어냈다. 아무튼, 그렇게 전진을 하는 사이, 한 무리의 웨어 울프 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웨어 울프 들의 무력은 허준영,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허준영은 화풀이나 하자는 생각에 검을 들었다. 

 

 "저 괴물들을 처리하고 오지." 

 

 말이 끝나자마자, 허준영은 웨어 울프 무리를 향해 달려나갔다. 

 

 웨어 울프 무리는 허준영을 보았는지, 그들의 이빨을 드러냈다. 

 

 [크르르르르!] 

 

 [컹컹!] 

 

 웨어울프들은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허준영을 보며 비웃었다. 자신들의 숫자는 수십에 달했다. 아무리 저 사내가 강하다고 한들, 혼자서는 자신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웨어 울프들은 사납게 울부짖었다. 웨어 울프의 울음소리는 마력을 담고 있어서, 돌진하는 허준영의 내부를 조금씩 흔들어 놓았다. 

 

 허준영은 이에 잠시 돌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에 웨어 울프 들은 거칠게 달려들었다. 허준영이 검을 들어 이를 막았지만, 검 사이로 나오는 웨어 

 울프 들의 이빨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젠장, 너무 흥분했나.' 

 

 허준영은 마력을 일으켜 자신의 앞에 있는 웨어 울프를 간단히 베어 갈랐다. 피와 뇌수가 쏟아져, 옷을 적셨지만, 허준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허준영이 웨어 울프 들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자, 그 옆을 지나가는 한 사내가 있었다. 

 

 언월도를 든 사내, 그는 바로 차승현이었다. 일행은 호언장담하며 나간 허준영이 의외로 밀리는 모습에, 그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뛰어나간 것은 차승현이었다.

 

 그가 마음에 들어서 도와주러 나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싫었기에, 그에게 지기 싫었다. 간단하게 경쟁심이 일어난 것이다. 

 

 그 모습에 허준영 또한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자는 듯, 무작정 웨어 울프들에게 돌진하는 그의 모습에 허준영 또한 달려나갔다. 

 

 차승현의 언월도는 아주 날카롭게 웨어 울프의 몸통을 갈랐다. 이에 허준영 또한 자신을 보고 울부짖는 웨어 울프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그 모습에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정말이지 둘은 서로가 싫었다. 

 

 "하, 누가 더 많이 처리하는지 대결해보자고." 

 

 "제가 이길 겁니다!" 

 

 차승현은 기합을 내지르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웨어 울프 들을 단숨에 베었다. 마치 두부 가르듯이 차승현은 아주 손쉽게 갈랐다. 그에, 허준영은 하나하나 웨어울프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그렇지만 그 속도는 매우 재빨라, 단숨에 여러 마리를 베는 차승현과 비슷한 속력이었다. 

 

 그 모습에 남은 웨어 울프 들은 자신들이 상대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에,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더니 결국 도망가버렸다. 

 

 "하, 역시 내 승리로군." 

 

 내 기세에 웨어 울프 들이 모두 도망가 버린 거다. 

 

 허준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에 차승현은 발끈했다. 

 

 "서로 죽인 갯수로 비교하는 게 정확하겠죠." 

 

 "보나 마나 내 승리이겠지." 

 

 둘은 자신들이 쓰러트린 웨어 울프 들을 차근차근 세었다. 

 

 허준영은 스물셋, 차승현은 스물하나, 두 개 차이로 허준영의 승리였다. 

 

 이에 허준영은 차승현을 비웃고, 일행에게 돌아갔다. 

 

 차승현은 그와 자신의 차이에 이를 갈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아직 차승현은 허준영에 비해, 실력이 모자랐다.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내였다. 예의도 없고, 남을 존중할 줄 모르며, 도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내다. 실력은 자신보다 뛰어날지언정, 자신은 결코 저 사내를 인정하지 않으리라. 

 

 뒤돌아 차승현을 보는 허준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홀 플레인이라는 세상에 도리와 예의를 찾는 멍청한 저 사내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 

 

 허준영과 차승현, 둘은 물과 기름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level.6 사용자 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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