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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정비 - 6)
level.6 지오니
  • 2016-03-08 02:25:42
  • 조회수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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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끔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 고한솔이 본 것은 원탁의 주위에 둘러앉아 있는 일행들이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일행 말고도 처음 보는 두 사람이 원탁에 앉아 있었다. 왠지 조금 불량스러워 보이는 보라색 머리 사내와 성격이 괄괄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누구지…." 

 

 김덕필은 이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를 어떻게 해명해야 될지 조금은 막막한 것이다. 그렇게 웃고 있는 사이, 여인이 일어났다. 

 

 "반가워요. 당신이 이 캐러밴의 에이스라면서요. 전 이효을이라고 해요." 

 

 여인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고한솔로서는 거절할 이유도 딱히 없었기에,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 모습에, 이가인과 유현아는 실눈을 뜨며 고한솔을 바라보았다. 여관을 나서기 전과 달리 약간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었다. 

 

 '설마, 또 저 여인도 탐하려는 건가요?' 

 

 '저 분위기 좀 봐봐.' 

 

 사실은 고민하던 것이 해결되어 원만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여인들은 쑥덕쑥덕 됐다. 그 소리가 고한솔의 귓가에 속속히 들어왔지만,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옆에는 왠지 성한 얼굴 부위가 없는 구승환과 차분히 분을 삭이는 차승현이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김덕필을 쳐다보았다. 

 

 김덕필은 이에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한 것인지,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이제 좀 정리가 되네, 간단하게 설명할게." 

 

 이 여인은 이효을, 저 보라색 머리의 사내는 허준영이라고 하네. 

 

 "다음 유적 탐험을 [천둥이 울부짖는 산]으로 정했어." 

 

 "이유가 뭐지?" 

 

 김덕필은 자신을 뻔히 쳐다보는 고한솔의 표정에 생각을 정리했다. 

 

 '이 여인의 수완에 넘어갔다고 하기는 그렇고 흐음….'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김덕필은 말을 이어갔다. 

 

 "그 산의 경우, 진로 결계가 있는데, 그 결계를 통과하려면 효을아가씨의 도움이 필요해." 

 

 "아가씨라니, 효을이라고 편하게 해요." 

 

 이효을은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 

 

 "그럼 편하게 말할게, 효을이가 진로 결계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지니고 있어." 

 

 이효을은 품속에서 장갑을 꺼냈다. 장갑의 겉에는 푸른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그 보석으로 인해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갑이었다. 보석이 달렸다고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라 실용성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 장갑 중앙에는 무언가 사라진 자국이 있었다. 

 

 "바로 이거에요." 

 

 이효을은 간단하게 말했다.

 

 "사실 저희 둘로서는 공략을 한번 시도해 봤어요."

 

 하지만 두 명에서 공략하기란 요원한 일이더군요.

 

 "제가 뛰어난 마법사이기는 해도, 정말 힘들더라구요." 

 

 "뛰어난 마법사?" 

 

 "네, 제 마력은 95를 넘어요." 

 

 95라…,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용자가 아니었다. 아니, 95 정도면 한 클랜의 수장이라고 해도 쉬이 가지지 못하는 마력이다. 

 

 "무슨 속셈이지?" 

 

 일단 든 것은 의심이었다. 

 

 김덕필은 이효을의 성적인 어필에 넘어간 모양이지만, 고한솔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실은 당신들을 고용하고 싶어요." 

 

 이효을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었다. 그 말에, 김덕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당신 처음 말과 다르잖아." 

 

 "아니요, 처음 말과 같아요." 

 

 이효을은 김덕필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저희는 단 한 가지 물건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건을 그 쪽에게 양보하기로 하죠." 

 

 "그게 무슨 물건이지?" 

 

 고한솔은 물었다. 저 여인이 단 하나를 제외하고 모든 물건을 양보하겠다고 했다. 이를 바꿔말하면, 단 하나의 물건이 나머지 모든 것을 합한 것보다 높은 값어치를 지닐 수도 있다. 

 

 "바로 이 장갑이요." 

 

 "그게 무슨 말이지?" 

 

 고한솔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이 장갑은 사실 완전한 게 아니에요." 

 

 이효을은 차분히 설명했다. 이 장갑은 [뇌제] 전직을 위한 물건이다. 하지만 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천둥의 산에 있는 뇌광석을 장갑에 달아야 하는데, 뇌광석이라는 것만 있으면 [뇌제] 전직을 할 수 있어요. 

 

 "……." 

 

 무슨 속셈이지…. 

 

 고한솔은 차근차근 생각했다. 시크릿 클래스 뇌제, 분명 좋은 것이기는 하다. 자신에게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었을 때, 고한솔조차도 큰 피해를 보며 

 겨우 이긴 상대의 클래스이다. 

 

 근데 이 여인의 정체는 뭐지? 

 

 대체 무슨 이유로 뇌제를 계승하는 물건을 지니고 있는 거지? 

 

 고한솔의 머릿속은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천둥의 산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생각했다. 

 

 아직 팀원들의 장비는 매우 부족하다. 고작 쓸만한 아이템이라고는 나, 구승환, 허유리 말고는 전원 아이템이 빈약했다. 

 

 고민은 많았지만, 고한솔은 그녀의 제안을 수락했다. 

 

 "단, 조건이 있다." 

 

 고한솔은 불량스럽게 앉아 있는 허준영이라는 사내를 보았다. 사내는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온통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우리 쪽은 근접 계열이 많은데, 저 사내까지 있으면 움직이는데 더 불편할 것 같군." 

 

 "짐꾼으로 생각하시면 되죠." 

 

 이효을이 그렇게 말하자, 허준영은 발끈했다. 

 

 "치, 0년 차 햇병아리들 주제에 날 이기겠다고?" 

 

 "……." 

 

 허준영은 고한솔을 쏘아보았다. 고한솔에게는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차승현은 수련으로 통한 아우라가 조금씩 흘러나왔지만, 고한솔에게는 그 어떠한 아우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불만이 있나 보지?" 

 

 "하, 날 이기지도 못해 보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기가 차서 그렇군." 

 

 "허준영!" 

 

 이효을이 그를 말렸지만, 허준영은 요지부동이었다. 

 

 "기가 찬 다라…." 

 

 고한솔은 눈을 감았다. 슬며시 마력을 일으켜 상대와 자신의 전력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허준영이라는 사내는 이 은밀한 마력을 감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불만스럽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럼 한번 싸워볼 텐가?" 

 

 "좋지, 그냥 싸우는 것은 심심하지 않아?" 

 

 자신이 질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말투였다. 

 

 "내가 진다면, 원정 내내 자네의 하인이 되도록 하지."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둘은 실력을 겨루었다. 

 

 

 ● 

 

 

 둘은 간단하게 공터에 나왔다. 둘을 보며 사람들의 눈동자는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그리고 구승환의 환호성을 지를뻔했다. 고한솔의 실력이라면, 저 허준영이라는 놈을 단숨에 때려눕혀 줄 것이다. 구승환은 눈앞에 고한솔에게 처참하게 얻어맞아 쓰러지는 허준영의 모습을 상상했다. 

 

 보기만 해도 기쁜 듯, 구승환은 실실 쪼갰다. 차승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심 고한솔이 처참하게 저 사내를 밟아주기를 바랐다. 

 

 구승환의 웃음이 기분이 나쁜지, 허준영은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저놈도, 같이 포함시켜도 되나?" 

 

 "그러지." 

 

 고한솔은 짧게 답했다. 이에 허준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 구승환을 원정 내내 마구 괴롭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다면 저 구승환에게도 하인이 된다고 하게." 

 

 "물론이지." 

 

 허준영은 검을 뽑아들었다. 잔뜩 비틀린 미소를 보았을 때, 자신이 진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에 고한솔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심장에서 흐르는 혈액은, 혈관을 타고 거칠게 뻗어 나갔다. 

 

 

 [사용자 고한솔의 특수 능력. 신검합일 (Rank : A Zero)을 발동합니다. 검을 다루는데 있어, 모든 긍정적인 행동을 보정합니다.] 

 

 

 [사용자 허준영은 이에 유성검(流星劍) (Rank : C Zero)을 들어 대항합니다. 하지만 두 능력의 격과 숙련도 차이에 의해, 사용자 고한솔은 차이만큼 추가적인 보정을 획득합니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때, 그야말로 엄청난 기세가 몰아쳤다. 

 

 "크윽…." 

 

 허준영은 자신에게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중압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0년 차라고?!'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자신보다 뛰어난 연차들도 이런 힘을 가지지 못 했다. 

 

 허준영은 애써 이 현실을 부정하며 달려들었다. 고한솔은 간단하게 검을 휘둘렀다. 

 

 치잉! 

 

 간단한 일격이었다. 

 

 허준영은 그 일격에 손이 나갈 것만 같은 충격을 느꼈다. 그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손이 얼얼해서 검을 쥐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 모습에도 고한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무심히 쳐다보았을 뿐이다. 자신 따위는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이었다. 

 

 허준영은 이에 몸에 지닌 마력을 거칠게 끌어올렸다. 마력 회로들이 불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이 사내에게 한 방 먹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웃기는 소리마! 0년 차 주제에!' 

 

 하지만 고한솔은 다시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쾅! 

 

 마치 포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마력을 잔뜩 머금은 검은 폭발음을 내며 부러졌다. 그 충격에 허준영의 검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파편은 사방으로 흩날렸지만 고한솔에게 닿지 않았다. 파편이 자신의 팔을 스치고 상처를 냈지만, 허준영은 날아오는 파편을 막을 정신이 없었다. 

 

 고한솔은 검을 허준영의 목에 겨누었다. 

 

 "더 할 텐가?" 

 

 "……."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자신의 패배다. 그것도 압도적인 패배였다. 

 

 허준영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이, 이효을은 고한솔의 무력에 이채를 띄었다. 

 

 '저게 0년 차라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허준영은 1년 차 중에서도 최고의 인재였다.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근접 기수 중에서 당당히 1위를 한 그를, 이효을이 직접 스카우트한 인재였다. 하지만 고한솔이라는 자는 상식을 깨뜨렸다. 

 

 "…졌습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말하고야 말았다. 구승환은 신이 난다는 듯, 날뛰었지만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허준영의 모습에 찔끔했다. 

 

 차승현 또한 고소하기 그지없었다. 

 

 이효을은 다친 허준영에게 다가갔다. 품속에서 포션을 꺼내어 그의 상처에 발라주려고 했지만, 허준영은 그 손길을 뿌리쳤다. 그러곤 여관으로 거칠게 돌아갔다.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허준영의 손짓에, 이효을은 살짝 엉덩방아 찌었다. 

 

 "아오, 저 찰떡서니 없는 녀석!" 

 

 투덜거리며 여관으로 가는 이효을에게서 무언가 떨어져 나왔다. 

 

 작은 반지였다. 

 

 고한솔은 그 반지를 주웠다. 

 

 그 반지엔 작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보석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인지, 맹렬하게 빛을 냈다. 

 

 일단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고한솔은 이효을을 찾아 나섰다. 

 

 여관에 들어가자 이효을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있었다. 그런 이효을을 향해, 반지를 건네었다. 

 

 "네 물건이다." 

 

 "?" 

 

 이효을은 품 안을 뒤져보았다.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 반지를 받았을 때, 이효을은 문득 반지가 빛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 설마…." 

 

 "……." 

 

 이효을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고한솔을 보았다. 한동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 이효을은 꾸벅 인사를 하고 여관으로 올라갔다. 평정심이 깨진 것이다. 

 

 고한솔은 무슨 일인가 궁금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저 일행들에게 돌아갔을 뿐이다. 

 

 한편, 이효을은 떨리는 손을 감출 수 없었다. 

 

 "저자가…, 운명에 벗어난 자라니…." 

 

 분명 이건 기회였다. 

 

 뇌제를 획득한 기회와 동시에 운명에 벗어난 자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 

 

 문득 이효을은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슬퍼졌다. 

 

 '…하, 이제는 사람으로도 안 보는구나.'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 사람을 사람처럼 느끼지 않았다. 이효을은 사람과 사용자 그 간극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자신의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 

level.6 사용자 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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