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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펀 - 십천희귀록 (완)
level.4 STIMbear
  • 2016-03-07 03:00:52
  • 조회수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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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군대를 제대하고서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만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종일 집에서 쉬다가 친구를 만나고, 형과 같이 놀기도 하며 복학시기가 다가오면서 차근차근 학과공부를 준비하는 자신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도 하고 때로는 교수님과 상담 및 아부를 떨기도 하며 만족할만한 학점을 지닌 채 대학을 나오고 근처의 회사에 취직해 살아가고 있다.

 

기업의 대표였던 한소영과 만남 이후로 그녀에게 빠져들고 마침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결혼식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

신부의 들러리로 온 연혜림과 고연주가 투닥거리고 자신을 향해 아직도 호감을 표시하는 유정이와 솔이, 제갈해솔과 한나, 하연이랑 다은이 덕분에

흐지부지 끝난 결혼식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눈이 부실정도로 행복해보였다.

 

눈을 뜨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칠흑같은 어둠이 보인다.

 

그 속에서 마족에게 강간당하며 끝내는 스스로 자살하고 마는 다연이가 보였다.

또한 마족의 농간으로 스스로를 마족에게 받쳐 폐인처럼 지내다가 마족에게 죽은 다연이가 보였다.

 

나를 구하기 위해 죽어가면서도 나에게 도망가라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형을 구하기 위해 온 나에게 어서 도망가라며 그 스스로 자폭하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비참하게 윤간당하며 죽어가는 한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사탄의 계략에 빠져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끝내는 연혜림과 함께 폭사당하고 마는 한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솔이는 시몬의 도끼에 두동강이 난 채 죽어버렸다.

안현은 신재룡과 함께 깊은 구덩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유정과 한결은 용이 잠든 산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죽는다.

사라졌다.

내 눈앞에서 모두 사라진다.

 

1회 차의 자신이 보인다.

부랑자들을 척살하며 여성은 간살하고 남자는 잔인하게 형벌을 내리는 자신.

모두가 낄낄거리며 잔혹하게 형벌을 집행한다.

광기만이 지배하는 어두운 음지속에서 제정신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나는 웃고 있었다.

모든 것이 두려웠고 모든 것이 짜증났고 모든 것이 허망했다.

아무리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여도 풀리지 않았다.

 

바뀌지 않아, 풀리지 않아,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어떻게 해야해?

끊임없는 물음은 곧 스스로에게 조롱으로 되돌아가고 그것은 끝나지 않을 자기혐오가 되어

또 상처를 가슴에 남겼다.

 

비참하게 살아가는 삶.

 

목숨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모두 잃어버린다.

손에 넣지 않아도 마음에는 남아있었다.

 

물음이 한탄이 되고, 고통이 되어 증오로 변질 되었을 때 비로소 놈들을 모조리 죽여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그저 단순하게 너무 적었기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증오는 회한이 되고 그것은 한 서린 맹세가 되어 나를 지탱하는 또 다른 지지대가 되었다.

 

 

절대로, 놈들을 이 땅, 이 세계 아래에 단 한 놈도 남기지 않으리라.

 

===

 

​눈 앞이 아득하게 멀어져만 간다.

검 손잡이를 움켜진 손가락 마디마디는 이미 수십갈래로 뒤틀린 채 마치 샘솟듯이 핏물이 흘러내린다.

 

           카가각── 까드드득 ───.

박살나버린 듯 이미 고장나버린 몸이 제멋대로 껴맞춰진다.

회복? 재생?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좀 더 야만적이고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검은 불길들이 심장에 모인다.

심장에 새겨진 각인, 품고 있는 화정.

끝도 없이 솟아오르는 강렬한 생명력이 내 의지와 반응해 더는 움직이지 못할 육신을 되돌린다.

 

끄그그극──.

진작에 박살나버린 갈비뼈들이 살을 가로질러 비명을 지르며 껴맞춰진다.

 

드득, 드드드득──.

​볼성사납게 짓눌려서 형체를 알 수 없을 손이 그 전 상태 그대로 돌아가며 흘러내리는 검병을 굳게 잡아챈다.

 

촤라라락──!

​​접혀버린 채 끊겨버린 척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가장 최상의 상태로 돌아간다.

 

 

박살나버린 오른쪽 안구와 불타버린 채 민둥민둥했던 머리에서 새롭게 머리칼이 난다.

검은빛의 갑주가 요사스러운 마력을 내뿜으며 다시 전신을 휘감는다.

마치 사용자를 영원히 휘감아버리려는 듯 갑주속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이 마침내 온 몸을 잠식한다.

 

 

두근.

 

 

두근.

 

 

두근.

 

 

​살의가 천천히 의식을 덮어간다.

죽여라, 놈들을 갈기갈기 찟어발기는 거야.

​형을, 연인을, 소중한 동료들을, 내가 지켜왔던 모든 것을 무너뜨린 것들이... 바로 앞에 있어.

 

 

마나가 살의에 변질되어가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럴 생각따윈 눈꼽만큼도 없어.

 

 

그저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죽인다.​

 

 

[■■■■■■■■■■■■■■■■─────!!!]

 

===

일대의 전장이 바뀐다.

 

지각이 파여날아가고 압도적인 양의 피륙이 사방으로 분산된다. 한 손에는 피를 머금고 있는 수라마창, 다른 한 손에는 그 빛이 퇴색되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바뀌어버린 마검 엑스칼리버.

광신의 마력이 형상화되어 그야말로 인외마경의 육신을 지닌 채 살육자는 비명과도 같은 광기로 기쁨을 표현했다.

 

[■■■■■■■■■■■■■죽여...■■■─────!!!]

 

인간을 훌쩍 뛰어넘은 거체는 거인족의 반신 쿠샨 토르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채 그 크기와는 불합리할 정도로 맞지않은 빠르기로 눈 앞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도륙했다.

악마와 같은. 아니 악마따위를 훨씬 뛰어넘은 그 압도적인 광경은 전장을 지휘하던 악마들조차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다, 다, 다들 물러서! 도망쳐! 도망치라고!"

 

"아스모데우스, 놈으로부터 떨어져라! 저건 우리들이 상대할만한게 아냐!"

 

"제기라알──!!! 저 따위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단 말이다, 사탄!"

 

육신이 찟겨지고 죽어나간 뒤에 사탄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울부짓는 영혼들이 저 괴물의 뱃속에서 완전히 찟겨서 형체도 알 수 없이 섞여버리는 것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상대방은 모조리 뒤로 빠져나가고 남겨져 있는 것은 핏물로 갈려지고 있는 아군들 뿐.

놈의 비명과도 같은 표효소리 한 번에 심약한 자들이나 마력이 약한 자들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있다.

 

악몽과도 같은 전장.

 

이미 전장이라기엔 도살장이나 다름없는 테라의 한 가운데에서 그는 최대한 많은 악마들을 살리고자 전두지휘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지휘가 될 거라는 것도 모르는 채로.

 

[■■■■사....탄, 사탄!!!!]

콰가가가가강──── 쾅!!!

 

 

​외침과 공격은 한순간이였다. 공간이 어그러지듯 날아든 창날에 시야가 어그러지더니 곧 무엇을 하기도 전에 심장이 정확히 창에 꿰뚫린 채 바위에 매달려진다.

순환하려던 피가 갑작스런 근원의 파손으로 역류하듯 목구멍을 역류하며 밖으로 뿜어져나간다.

 

 

"우웨에엑──! 우윽.. 이런 쿠윽, 말도 안되는!"

놈은 여유롭게 자신에게 화염구를 뿌린 마법사들을 반으로 찟어죽여 분산하는 피로 불을 식히며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직감적으로 이 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는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일그러진 형체, 눈 코 입은 징그러울 정도로 뒤틀려 마치 인간에서 파생된 괴생물체와 같고

몸 자체가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징그럽게 변해있다. 추악했다, 그리고 그 만큼이나 무서웠다.

 

 

압도적인 살의와 광기. 가까이있는 것만으로도 음모와 귀계를 꾸미며 상대를 비웃으던 자신이 쭈뼛대며 곤두서게 할 정도의 진득한 살의가 쏟아져왔다.

 

 

"도대체 뭐냐, 우리가 너희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이쯤되면 차라리 억울할 지경이야. 도대체 왜 우리를 그렇게 증오하는거냐?"

[너희들을 증오하는 이유?]

"사용자들도 피해자가 아닌가!? 저 오만한 천사들이 자신의 장기말로 세운 불쌍한 인간들, 그게 너희의 정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터! 헌데..."

 

 

그 입 다물어.

 

 

[형을 죽이고, 연인을 죽이고, 동료를 죽이고, 소중한 것을 모두 앗아갔다, 모든 것이 끝나면 천사들 또한 가만두지 않아. 하지만 네 놈들은 맹세컨데...]

 

 

이 우주 안에서 그 자취조차 사라지기 전까지 모조리 찾아서 죽여버릴거다.

 

 

===

점차로 기억이 퇴색되어 진다. 분명 지나갔었던 것만 같았는데... 행복했던 추억이 기억나질 않는다.

 

 

행복? 잠깐만...

 

 

기억이 나지 않아. 무언가 잘못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오래된 기억, 듬성듬성 깎여나간 기억속에서 자신은 항상 무언가를 죽이고 있었다.

항상 증오와 분노에 가득 찬 채 그것을 차갑게 숨기고 있는 자신. 유일하게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할만한 순간은 악마들과 천사들을 죽였을 때 뿐.

 

 

시야가 천천히 점멸된다.

 

 

'기억해, 네가 지금껏 달려왔던 지금 이 순간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기억해.'

무엇을 위해? 왜? 어째서?

 

 

'소중한 것을... 기억해 내.'

소중한 것?

 

 

엷은 두통이 인다.

쿵, 또 다시 쿵, 머리를 아주 작게 치던 고통이 점차로 커져나간다.

쿵, 다시 쿵!

머리를 부숴버릴 듯 진통은 점차로 거세게 변하며 이내 전신을 두들겼다.

 

 

생각해, 쿵!

 

 

생각해내란 말야, 쿵!

 

 

네가 지금껏 버텨온 이유, 쿵! 쿵!

 

 

'내'가 지금까지 버텼던 이유를─!!!! 

 

 

───사라락───.

몸을 덮은 이불의 감촉이 사라진다. 여기는 어디지?

초점이 맞지 않는지 연신 비틀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지려는 찰나.

 

 

"수현!"

 

 

환한 빛깔의 무언가가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조금 뭉클거리기도 하고 매끄럽기도 한 감촉.

분명 어디에선가 기억속에 있는 느낌이다.

 

 

"세...라프?"

"이제야... 이제야 내 이름을 말해주네요, 수현. 정말로 이제서야..."

온통 새하얀 벽지에 정갈한 방안. 신성하게까지 보이는 방안에 세라프와 내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

 

"전쟁은 이미 끝났어요, 수현. 우리들이 이겼어요."

 

 

악마, 악마들이 아직...

 

 

"그것들은 수현의 기억의 일부, 그 뒤에 수현은 제로코드로 다시 한 번 과거로 돌아갔었죠.

 

수현은 아파하고 있었어요, 너무나 많은 기억들, 트라우마, 수많은 인생들이 그 자체가 저주화되어 수현을 갉아먹었던 거예요."

 

 

"형과 다른사람...들은?"

 

 

"형부는 오늘까지 출장이 겹치고 날씨도 악재여서 모래나 되서나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영언니는 새 프로젝트 철야작업이고 마르랑 수나는 유치원에서 1박2일로 체험학습을 간대요."

 

 

이상하다, 무언가가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수현이 그 동안 행해왔던 행동의 반동이니까. 그나마 화정과 제로코드가 간신히 여기까지 맞춰놓은 거예요.

 

그 분들이 아니였다면 수현은 진작에 정신이상으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으니까요, 그러니 이번에는 기분좋게 잠들어요. 아직은 더 자는 게 좋아요."

 

 

"그러면 정말로... 정말로 모두 살아있는거야?"

 

내가... 해낸건가?

 

 

"모두들... 모두들 잘 살아남았어요, 악마도 천사도 더 이상 수현에게 간섭할 수 없어요. 당신이 해낸거예요."

 

 

아, 그럼 정말로...

 

 

"정말 다행이다."

 

 

──쾅!

 

 

"수현(오빠)(아)(씨)!"

 

 

....무, 뭐야?

 

 

"세라프 요 것이 지 혼자만 수현과 있으려고 수작을 부려?!"

 

 

"이렇게 된 이상 또 다시 동맹은 산산조각이네요, 저 요망한 천사년이."

 

 

"애초에 오래 가기도 힘든 동맹이였으니까 이 쯤에서 에잇─!"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 거대한 물컹함이 느껴진다.

 

기분나쁜 감촉이 아닌 포근하고 보드라운 느낌과 탄력성.

 

 

"사용자 고연주?"

 

 

"땡! 지금은 연주라도 리트리버에요. 참고로 좋아하는 주인님을 물고 달아나는 중이죠."

 

 

뒤척이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무언가 꽁꽁 싸맨 듯 전신이 결박당했다.

 

 

"떨어질까봐 그림자로 묶어놨어요, 아직 제정신 차리려면 한참 걸릴테니까 그때까지만 묶어놓을께요."

 

 

"고연주씨, 이게 지금 무슨 일..."

 

 

"쉿! 지금 저기 저 여성들 사이에 껴버리면 정의 반지도 압수당한 수현은 진짜로 복상사할 수도 있어요?"

 

 

그 무섭지만 조금은 진실같은 말에 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얼핏보아도 20명은 넘을 인원이 얼굴이 벌게져서 무섭게 자신을 찾는 것은 상당히 무서웠다.

 

 

"말만 잘 들으면 부드럽게 해줄께요, 그러니까 같이 도망가기 콜?"

 

 

"코, 콜!"

 

 

"히힛─! 오늘 수현은 내 차지예요!"

 

 

모두를 구하는 것이 행복한 결말이지만 그게 꼭 항상 좋으리라는 법은 없는 법이다.

 

그러니 고생 좀 해 봐라, 부러운 김수현.

level.4 사용자 STIM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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