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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 (통과의례 - 10)
level.6 지오니
  • 2016-01-07 20:49:52
  • 조회수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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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두 남자는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한 남자는 어깨에 상처를 입었는지, 붕대로 감싸고 있었고 다른 남자는 이를 지키듯 검을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형식아, 그만 됐어." 

 

 "하지만…." 

 

형식은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형식이 보기엔, 이 숲은 절대 안전하지 않았다. 시시각각 출현하는 괴물들로 인해, 형식과 현호는 도망치기 일쑤였고, 숨을 돌리려고만 하면 어디선가 또 다른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현호는, 정말이지 자신이 형식과 같이 행동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녀석은 정말 좋은 친구야.' 

 

최소한 자신이 이용해 먹기, 좋은 친구였다. 현호는 다친 어깨를 부여잡고는 나무에 걸터앉았다. 계속되는 도망에 지친 것이다. 형식 또한 계속되는 도망에 지쳐갔다. 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이 지쳐갔다. 그 이유는 바로 현호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그들이 먼저 배신을 하였는가?' 

 

사실 현호의 행동은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만일 잘못한 것이 있으면, 대화로 풀어나가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현호는 도망치는 길을 선택했다.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현호의 대한 믿음, 그리고 수상한 행동에 대한 의심 사이를 저울질하던 형식은, 그냥 현호를 믿기로 했다. 이제 와서 현호와 갈라진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친구를 버리는 행동과 같았다. 

 

아무튼, 그들은 작은 휴식을 취하는 사이, 수풀이 흔들렸다. 

 

둘은 놀란 마음에 각자 무기를 들어 올렸다. 

 

 "누, 누구냐!" 

 

형식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곳에서는, 세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어, 사람이네요." 

 

 "이게 얼마만의 사람이야." 

 

세 명은 오래간만에 마주한 사람들을 본 탓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두 명의 남자와 한 여인. 현호는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같이 행동을 해야 하는가?' 

 

머릿속을 굴려보았을 때, 그렇다는 답이 나왔다. 현호는 잠시 표정을 관리해, 웃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현호는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아, 반갑습니다." 

 

그들 중 여인이 나서서 인사했다. 그 모습에 현호는 7일간 살아남을 때까지, 무사히 그들의 일행이 묻어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죄송하지만, 혹시 약 같은 게 있습니까?" 

 

현호는 다친 자신의 어깨를 보였다. 그러자 여인은 호들갑을 떨며,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상비약을 꺼내었다. 

 

 "으으으, 잠시만 있어봐요." 

 

여인은 현호의 겉옷을 벗기고, 차분히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소독약의 따끔함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다친 곳을 감싸는 붕대의 느낌에 점차 몸이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쩌다 그런 상처를 입으신 겁니까?" 

 

 "습격을 당했습니다." 

 

 "대체 누구에게 말입니까." 

 

남자는 그를 습격한 자에 대해서 물었다. 하지만 현호는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약간의 각색을 하여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자신은 거대한 호랑이에게 동료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는데, 이를 찾다가 험한 인상을 한 사람에게 기습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고. 

 

 "저런…." 

 

남자는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한편, 다른 남성은 조금 그를 의심했다. 그 말을 믿기에는 조금 수상한 느낌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상처는 보통 칼 좀 쓴다는 사람 아니고서, 내기 힘든 상처다.' 

 

보통 칼을 처음 쓰는 사람은, 상처를 낼 때 베는 상처보다 짓이기거나 혹은 뜯어내는 상처를 낸다. 이것은 상대방의 딱딱한 신체와 물렁물렁한 살을 한 번에 자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기계로 자른 것만 같은 그 상처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전 주현호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 유현아라고 해요." 

 

 "전 차승현이라고 합니다." 

 

일행은 서로서로 간단히 소개했다. 박형식도 그에 끼어들어 인사를 했다. 

 

 "전 박형식이라고 합니다." 

 

 "난 김형만이라고 한다네." 

 

그들은 차분히 인사를 하며 서로에 대해서 알아만 갔다. 

 

 

● 

 

 

주현호는 이 일행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전위를 맡은 남성은 강한 힘, 그리고 굳센 의지로 자신을 가로막는 괴물들을 차근차근 도끼로 베어버렸다. 그리고 그 옆에선 창을 든 남성은, 때로는 재빠르게, 때로는 전위를 습격하려는 괴물들을 커트하며 김형만을 자연스럽게 보조하였다. 그 뒤 후위를 맡은 유현아는 비록 힘은 부족했지만, 차분하게 석궁을 이용하여 적을 하나씩 없앴다. 

 

주현호는 자신 또한 도움이 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척을 하려자, 그들은 환자에게 무슨 일을 시키느냐며 만류했다. 옆에서 싸우는 것을 구경하며, 쉴 때 그들을 간간이 배려하는 것으로 생색내며 그들의 일행에 차분히 녹아들어 갔다. 

 

한편, 백형식은 이도 저도 아닌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들의 일행과 호흡을 맞추자니, 아주 끈끈하게 협력을 하며 괴물을 물리치는 협력에 방해되었고, 아니면 혼자서 무언가 하기는 그로서는 부담이 되었다. 

 

비록 나머지 일행은 걱정 말라고 했지만, 백형식의 마음속에서는 그들에게 큰 짐이 되는 것만 같았다. 

 

물론 주현호는 적당히 아픈 척과 생색을 내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들은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이것은 벌써 5번째 밤이었다. 

 

노숙에 익숙한 이들은, 각자 노숙 준비를 위해 흩어졌다. 남자들은 모닥불과 잠자리를 정리하고, 여자인 유현아는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자, 드세요." 

 

 "감사합니다." 

 

형식은 그에게 주는 수프를 두 손으로 받았다. 그 뒤로는 남은 사람들이 수프를 받고는 천천히 허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수프를 먹으려고 했지만,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우울해 하던 형식의 옆에는 김형만이 다가왔다. 

 

 "왜 그렇게 우울한 표정을 짓나?" 

 

 "…기껏 일행으로 받아주셨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서요." 

 

그 말에, 김형만은 허허하며 웃었다. 

 

 "예끼! 사람은 돕고 사는 거지. 내가 부족할 때, 자네가 도와주면 되지 않는가." 

 

 "…그렇군요." 

 

백형식은 그제야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래도 나쁜 심성을 지닌 거 같지는 않아, 김형만은 형식에 대한 의심을 풀기 시작했다.

 

그에 그의 친구도 그렇게 나쁜 심성을 지닐 거라 짐작했다. 그렇게 둘에 대한 의심을 푼 것은 김형만으로서는 실수였다. 유쾌하게 농을 하며 일행에 합류한 현호의 속이 까맣다는 것은, 오랜 경험을 쌓은 김형만으로서도 알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자지 저지며 웃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정말 웃기네요." 

 

 "하하하." 

 

주현호는 자신의 지구 시절의 이야기 하며, 유현아와 차승현을 웃기기 시작했다. 유현아는 무엇이 그리 웃긴지, 배를 잡고 웃었고, 차승현 또한 웃음기를 감출 수 없었다. 아무튼, 둘과 적당히 친해졌다는 생각에, 김형만을 슬쩍 바라보았다. 

 

김형만이 자신을 향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 쉽군.' 

 

주현호는 남은 이틀 동안, 이들을 뼛속까지 우려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들 일행은 단란한 밤을 지내며, 밤이 깊어져만 갔다. 

 

 

● 

 

 

다음날, 모두 상쾌한 새벽공기를 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중에는 아직 몸이 덜 풀린 듯,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현호는 어젯밤 자신이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제가 불침번 3번 초를 서겠습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생색을 내고, 그들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주현호는 자신이 3번 초를 자처했다. 형식 또한 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2번 초를 자처했고, 둘은 나란히 23번 초를 서게 되었다. 초번은 김형만이 서기로 하였고, 말번은 차승현이 서기로 하였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잠에서 자신을 깨우는 형식의 모습이 보였다. 

 

 "네 불침번 시간이야." 

 

 "벌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현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정말 7일 버티는 것이 이곳을 나가는 유일한 조건일까?' 

 

천사는 7일만 버티면 된다고 하였지, 7일 버티는 것이 유일한 조건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은 시간이 2일 남았는데, 모험하기에는 두려웠다. 

 

문득 주현호는 저 멀리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을 깨우려고 하다가, 단순 짐승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대신, 좀 위험하기는 했지만 어떤 놈일까, 싶어서 몰래 그곳을 벗어나 소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곳에는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야, 김형탁, 정말로 저곳에 포탈이 있는 것이 맞아?" 

 

 "그래, 내가 똑똑히 봤어. 어제 길을 헤맸을 때, 이곳에서 한 시간 방향이면 나왔어." 

 

 "그건 한 시간 전에도, 그 말을 했었잖아." 

 

두 남성이 작게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포탈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었다. 한 남자는 여기서 한 시간 거리면 이곳을 빠져나가는 포탈이 있다고 했고, 다른 남자는 아까도 그 말을 들었다는 듯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됐건 둘은 툴툴거렸지만, 맨 처음 포탈이 있다는 위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라….' 

 

아슬아슬했다. 

 

주현호는 그들의 뒤를 밟았다. 사실 그로서도 포탈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참을 걸었을까, 주현호는 그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이네, 저기 이백 미터면 나오네." 

 

 "정말이라니까, 왜 내 말을 못믿냐." 

 

처음 주장한 남자는 자신이 맞다는 말을 하며 포탈로 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남자도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주현호는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키에 에 에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괴상한 소리가 울렸다. 

 

 "뭐,뭐,뭐야!" 

 

 "괴, 괴물이다!" 

 

정말 괴물이다. 아니, 이건 진짜 괴물이다. 

 

보통 숲에서 나오는 괴물들은, 그래도 어디선가 있을법한 생물들이 많았다. 좀비, 사나운 원숭이, 늑대, 호랑이 등 그래도 있을법한 생물들이었다. 하지만 괴상한 소리를 내며 등장한 괴물은 달랐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에일리언과 같았다. 

 

 [키에 에에!] 

 

크기는 거대한 검치호같이 엄청나게 컸다. 그 괴물은 포탈로 향하는 두 남자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둘은 꽁지 빠지게 도망을 쳤지만, 괴물은 순식간에 둘을 따라잡아 각각 한 손에 하나씩 그들을 쥐었다. 그들은 반항하려고 했지만, 억센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괴물은 오른손에 잡힌 사람을 한입에 삼켰다. 

 

으드득! 

 

마치 닭 뼈를 씹듯, 오도독 소리를 내며 그를 먹었다. 그 모습에 살아남은 남성은 손에 쥔 칼을 휘둘렀지만, 마치 고무와 같은 피부에 칼이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절망한 남성은, 자신을 내려다보며 침을 흘리는 괴물의 안면이 보였다. 

 

그것은 남자가 본 마지막 영상이었다. 괴물은 마치 하나론 성에 안 찬다는 듯, 다른 사람도 꿀꺽 삼켰다. 그것은 실로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렇게 수 분 동안 입맛을 쩝쩝 다시던 괴물은, 이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 모습에 주현호는 입을 떡 벌렸다. 

 

 '하, 진짜 괴물이다.' 

 

그 엄청난 광경에, 몸을 떨며 자리에 돌아왔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차승현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하암, 이제 교대시간입니다." 

 

 "네, 수고하세요." 

 

주현호는 그렇게 침낭 속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문득 꾀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은 죽을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 포탈에 들어갈 수 있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아침을 맞이한 그들은, 아침을 먹고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모두 모였다.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 주현호는 자신이 본 광경을 일행들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포탈에 접근하려고 하자 등장한 괴물에 대한 얘기는 빼놓고 말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정말 이곳을 벗어나는 포탈을 발견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주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형만은 그에 반신반의하였다. 천사들은 포탈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자신의 담당 천사는, 이곳에 오기 전에 7일만 버티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주현호의 말을 무시하고 힘들다. 포탈과의 거리는 이곳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흐음…. 일단은 각자 채비를 갖춘 후 그곳으로 이동하세. 모두 동의하는가?" 

 

모두 그 말에 동의했다. 일단, 그들은 각자 남아있던 식량들을 모조리 털어서 배를 채웠다.

 

든든히 배를 채웠을까, 백형식은 포만감이 올라오는지 문득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곳을 탈출할 수 있다는 포탈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나는구나.' 

 

백형식은 한시라도 무인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처럼,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모두 이곳을 벗어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붕 떴다. 하지만 모두 몰랐다. 

 

포탈에 접근을 하게 되면, 보스 몬스터가 출현을 하게 되고, 그 보스는 사용자들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는 것을…. 

 

level.6 사용자 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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