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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 (통과의례 - 3)
level.6 지오니
  • 2016-01-05 08: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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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인." 

 

 "네, 넷? 저를 아시나요?" 

 

잘 알다마다, 부랑자 중에서 몇 안 되게 순수한 인물이었다. 부랑자가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후일 폭염의 학살자 백서연을 따라온 인물이었다. 이후 백서연이 목숨을 잃고, 자신의 휘하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전투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순 비전투 사용자로 살아가는 편이 그녀에게는 더 나았을 것이다. 차후 사용자들에게 잡혀, 윤간과 고문 끝에 죽었다. 하지만 7년 차까지 나를 뒤에서 받쳐주었던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녀를 보자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동시에 밀려 들어왔다. 

 

나에게 있어 몇 안 되는 휴식처였다. 부랑자가 된 사용자들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뒤틀린 사람들이 많았다. 천사에 대해 끝없는 증오를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냥 단순히 살인이 좋아 부랑자가 된 케이스도 있었다. 하지만 이가인은 그러한 부류가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같은 사용자들에게 강간을 당하려고 했던 것을, 백서연이 그녀를 구해내었다. 그 모습에 이가인은 호감을 느껴 부랑자가 되었던 것이고, 이후 죽음까지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쉼터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죽음을 보았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녀를 간신히 구출해 내었을 때는, 이미 그녀의 목숨을 경각에 달한 상태였다. 사용자들의 정액에 범벅된 체 쓰러져 있는 그녀를 보자 난,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는 날,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죽었다. 내게 있어, 그녀는 슬픈 죽음이었다. 

 

 "……." 

 

나는 검을 거두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더라도, 옛 동료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것도, 내가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몰렸을 때, 나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었던 여인을 죽이는 일은 매우 힘들었다. 검을 거두자, 이가인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겁먹은 다람쥐마냥, 도망을 치더니 이내 빼꼼하고 주위 나무에 숨었다. 

 

 "앗!" 

 

 "……." 

 

그렇게 몰래 나를 지켜보다가, 나와 이가인의 눈이 마주쳤다. 그 사실에 화들짝 놀라 다시 나무 뒤로 숨었다. 그러곤 다시 빼꼼하고는 나를 몰래 지켜보았다. 

 

……. 

 

내가 못 본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나와라." 

 

낮게 목소리를 깔고 말하자, 나무 뒤에 숨은 그녀는 몇 초간 내 눈치를 살피더니 쪼르르 내 앞에 왔다. 

 

 "왜, 이곳에 있는 거지?" 

 

 "헤헤…." 

 

그녀는 멋쩍은 듯이 웃었다. 난 그녀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았다. 너무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다. 원래 아이 같고 단순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이럴 줄 몰랐다. 

 

 "사실은요, 전 사람들하고 떨어져서, 혹시나 처음 있었던 장소에 있을까 싶어서…." 

 

 "……." 

 

그녀의 말에, 나는 절로 골머리가 아픈 것을 느꼈다. 백서연과 만나기 전에 대체 어떤 생활을 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난 그런 그녀는 무시하고, 걸어나갔다. 그녀를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는 부랑자가 아니다. 그녀와는, 아무런 접점도 존재하지 않는 타인일 뿐이다. 그녀를 무시하고, 울창한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물론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가인은 따라왔지만, 점 짓 모른 체 했다. 

 

그녀를 어떠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옛 동료를 보았을 때, 살아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마음으로 그녀를 대해야만할까?, 아니다, 그녀는 나를 모르고, 나 또한 이제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를 단순히 무시하는 것이 옳을까, 

 

 "헤헤…." 

 

문득 뒤를 돌아보자 아름답게, 허공에서 춤추는 나비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빛가루를 뿌리며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신기한지 연신 나비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냥 무시하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지켜보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나비를 만지려고 했지만, 나비는 감히 너 따위에게 잡힐까, 하는 심정인 듯 아슬아슬한 몸짓으로 피했다. 결국,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나비는 유유히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차!" 

 

문득 나에 대해서 떠올렸는지, 원래 내가 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뚱하니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아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헤헤헤…." 

 

 "그냥, 따라와라."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이가인에게 말했다. 이가인은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마냥, 쪼르르 달려왔다. 난 그녀가 잘 따라올 거라는 생각을 하곤, 조용히 길을 나섰다.

 

이가인은 비록 자신의 주위에 있는 풀과 나무들이 신기한 듯 연신 쳐다보았지만, 난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걸어나가자,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파란 지붕이었다. 아마 내 기억 상으론, 저곳은 하루 정도 있어도 괜찮은 휴식 지점이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하지." 

 

 "네." 

 

마치 말 잘듣은 유치원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일까,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그녀의 모습에 그저 한숨을 쉬었다. 

 

오두막에 들어서자 각종 현대 기기들은 없었지만, 침대와 난로, 이부자리, 그리고 약간의 먹거리가 있었다. 하루 정도는 넉넉히 쉴만한 공간은 되었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을까, 졸음이 조금씩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멀리 가지 마라." 

 

 "헤, 신기한 나비가 여기에도 있네요." 

 

내 말을 들었지 모르는지, 아까와 같은 빛가루를 뿌리는 나비가 있었다. 만일 그녀가 생각이 있다면 멀리 가지는 않겠지,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있으면 나를 깨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수마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 

 

 

 "꺄아아아악!" 

 

 "!" 

 

한밤중이었다. 드디어 간만에 잠을 청하던 고한솔은, 느닷없는 비명소리에 잠을 깨었다. 이가인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유인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밍키들이었다. 아주 작고 약한 괴물이지만, 저들은 그들과 비슷한 종족의 암컷을 납치하여 종족을 보존하는 아주 약했지만, 고약한 괴물이었다. 

 

한밤중이었기에, 나는 시력에 의존하지 않고, 내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은 비록 많은 양이 끌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마치 작은 그물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밍키들의 모습이 보였다. 

 

 '북서쪽!' 

 

북서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저들의 본거지이겠지. 아직 마력회로가 회복이 덜 됐는지, 마력을 끌어올리자 얼얼한 느낌이 왔다. 왜 아직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쓰는 거냐, 라고 투덜거리는 것만 같았다. 난 그렇게 중얼거리는 회로의 의견을 묵살하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밍키들은 이 정글이 제 집이라는 듯, 아주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 또한 밍키들을 빠르게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마력 감지 범위 내를 이동하는 밍키들을 추적하자, 마음이 급박해졌다. 한참을 달렸을까, 밍키들은 어느 동굴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것을 감지하고 빠르게 움직이려던 찰나 나를 향해 달려오는, 어떤 존재를 감지했다. 

 

 [그르르륵!] 

 

무언가 낮은 짐승 음이 들렸다. 그것은 웨어 울프였다. 신선한 인간 고기를 느꼈는지 그들은 나를 향해 폭발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비켜, 이 개새끼야." 

 

낮게 욕지거리 내뱉었지만, 웨어 울프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향해 무작정 달려들었다. 비록 검을 들어 그 돌진을 막았지만, 그 반동에 녀석은 지금의 수준으로는 바로 처리하고 가기는 어려웠다.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하며, 온몸의 신체능력을 지금 수준에서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검기나 검강으로 단숨에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그 정도 마력이 안정화 되지는 않았다. 

 

 [컹컹!] 

 

웨어 울프는 다시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난 그 즉시 그 자리를 박찼다. 

 

콰아아앙! 

 

마치 포탄과도 같은 음성이 들렸다. 나뭇조각들이 나의 얼굴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것에 얕게 상처가 났다. 피하는 찰나에 검을 휘둘러 녀석의 옆구리를 베었지만, 티끌만 한 상처도 나지 않았다. 

 

 '미친 천사 새끼들, 이 수준의 괴물을 어떻게 통과의례에 든 사용자들이 감당하라고!' 

 

웨어 울프와 맞부딪힌 나무는 도저히 다시 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다. 웨어울프는 자신의 머리에 묻은 나무 조각을 털었다. 이윽고 코를 킁킁대더니, 다시끔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상당히 화가 났는지, 그르렁거리는 그 음성이 매우 짜증이 섞인 것만 같았다. 왜, 약한 인간 따위가 잡히지 않는 거지. 

 

 "웃기는 소리, 넌 그저 개새끼일 뿐이다." 

 

 [컹컹!] 

 

그 말에 화가 낫는지, 갑자기 돌진해왔다. 

 

옛말에 유능제강이라는 말이 있다. 

 

부드러운 것은 강한 것을 이긴다. 물론 실제로 이길리야 없겠지만, 검술에서는 카운터라는 공격이 있다. 본래의 힘과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내 마력 능력치로써는 아슬아슬 하는군. 무리하는 수밖에 없네.' 

 

본래 검기를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서는, 다년간 마력회로는 튼튼하게 단련하여 발현에 필요한 마력을 최소화하거나, 혹은 마력 능력치 50 이상을 보유하여야 했지만, 지금 나의 수준으로는 둘 다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억지로나마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 회로는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며 아우성쳤지만, 난 그 말을 간단히 무시했다. 

 

마력을 끌어올려 검기를 만들자, 검은 푸르스름하게 빛이 났다. 최후의 공격을 준비하는 나를 비웃듯 녀석은 빠르게 다가왔다. 

 

차아아악! 

 

 "으아아악!" 

 

난 비명을 질렀다. 어깨에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내 비명과 다르게 공격은 확실하게 성공을 했다. 하지만 녀석의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녀석은 아슬아슬하게 내 왼쪽 어깨를 물었고, 내 왼쪽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늑대는 추진력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가 깔끔하게 잘려서 내동댕이쳐졌다. 아픈 어깨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이 시간에도 이가인은 밍키들에게 붙잡혀 간살 당할지도 몰랐다. 무어라 머릿속에는 소리가 들렸지만 간단하게 무시하고, 마지막으로 감지한 동굴로 들어갔다. 

 

 "아아악!" 

 

이가인이 반항을 하자, 밍키들은 몇 번 폭행을 가했는지 가인의 옷은 일부 찢어져 있었고 얼굴은 상처가 났었다. 더는 볼 것도 없었다. 검을 뽑아들어 녀석의 머리를 일격에 갈랐다. 잘린 시체에서는 피가 치솟았지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나머지 밍키들이 나를 보았다.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내 검은 검기로 시퍼렇게 타오르고 있었다. 

 

다시끔 검을 휘두르자, 밍키는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검이 맞은 자리는 움푹 패였다. 밍키들은 흉흉한 내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싸우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저 동굴 밖으로 달아났다. 

 

 "피,피!" 

 

이가인은 내 상처를 보았는지 호들갑 떨었다. 자기 자신도 당장 강간당하기 직전이었는데, 나를 걱정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록 정신은 말짱했지만, 내외부는 엉망진창이었다. 그저 마지막으로 도망치는 밍키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는 쓰러졌다. 

level.6 사용자 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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